이찬진 금감원장 “삼성생명 일탈회계, 국제기준 맞춰 처리해야”
“질의회신 형태로 입장 발표할 것”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의 이른바 ‘일탈회계’ 문제와 관련해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게 처리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내부 조율을 마친 만큼 질의회신(Q&A) 방식으로 공식 입장을 낼 전망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의 “삼성생명이 장기적으로 일탈회계를 유지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회계 투명성 우려를 주고 있다”는 지적에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정립하겠다는 방향으로 내부 조율이 끝났고, 관련 절차를 거쳐 질의회신 형태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유지해온 계약자지분조정 방식의 회계처리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유배당보험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 8.51%(약 30조원)를 매입한 뒤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보험부채’ 대신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2023년 도입된 IFRS17에는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 발단이 됐다. 금감원은 2022년 IFRS17 도입 직전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예외적으로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쓸 수 있도록 인정했다. IFRS17에 새로운 항목이 적용되면서 글로벌 회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달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에도 “삼성생명 문제를 임시로 봉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국제기준 정립’으로 입장을 공식화할 경우 삼성생명 회계기준은 IFRS17 원칙에 따라 보험부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탈회계를 중단할 경우 오히려 계약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생명이 일탈회계 기준에 맞춰 보험부채 평가를 하려면 삼성전자 주식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만일 삼성생명이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고객에게 줄 돈이 없다"고 계산하면 부채로 잡히는 금액은 0원이 된다. 그렇게 되면 계약자지분조정 8조9457억원은 전액 자본으로 잡혀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몫은 사라지게 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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