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기도 쉽지 않네… 집값·고환율에 관망모드 들어간 한은

2025-10-23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개월째 2.50%로 묶었다. 지난 7,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로 집값 상승세와 환율 변동성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7월과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 등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앞선 동결에서도 통화 정책 완화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집값 상승으로 인한 금융 불안과 환율 급등세 등을 고려해 당분간 관망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결의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다. 수도권 집값이 오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6·27 대책에 이어 9·7, 10·15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수도권 집값 잡기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와 엇박자를 내게 된다는 우려도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동결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소 진정됐다가 지난달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향후 가계대출 흐름의 불확실성도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비율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7%로, 1분기 말(89.4%)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건 2023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최근 급등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동결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전날(23일) 원화 환율은 1429.85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오전엔 1430원대를 등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대미 투자 규모와 관세 협상, 미중 무역분쟁 긴장과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3일 환율이 1430원을 웃돌자 외환당국은 1년 반 만에 구두개입을 단행하면서 시장에서는 ‘1430원’을 환율 상단으로 여기고 있다. 

한은의 결정은 기준금리 인하로 외화가 빠져나가게 되면 원화 약세가 더 가속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금통위의 연내 금리 결정 정례회의는 11월27일 한 차례 남았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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