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여전한 한국GM, 신기술 투자로 반전 노린다

노조, 인천시에 노·사·관·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청 한국GM, 올 4분기 ‘슈퍼크루즈’ 도입... 철수 없어

2025-10-26     허인학 기자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19차례의 교섭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올해 노사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철수설’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천 부평공장 유휴자산과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계획이 논란의 불씨를 남긴 탓이다. 이에 한국GM은 신기술 도입과 현지 투자 확대를 통해 “한국 시장은 핵심 거점”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에 대해 노조가 동서울서비스센터에 부착한 문구. / 허인학 기자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한국GM 노조는 인천시에 ‘노·사·관·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회사의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등에 대응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다. 노조는 또 회사 측에 직영 서비스센터 안정화 및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GM은 지난 5월 사내 공지를 통해 인천 부평공장 내 유휴자산과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글로벌 비즈니스 여건 속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표 이후 한국 시장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계획을 구조조정 또는 철수의 전조로 해석했다. 노조 역시 장기간 신차 부재로 이미 얼어붙은 내수 시장 상황에서 서비스센터 매각은 “국내 고객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올해 1~9월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1만17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212대) 대비 38.7% 급감했다.

그러나 사측은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다. 앞서 발표한 매각 계획은 한국 시장에 더 오래 안정적으로 남기 위한 과정이며, 부평공장을 포함한 국내 생산기지 운영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최근 한국 시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확대하며 철수설을 잠재우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해 4분기 중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Super Cruise)’를 탑재한 캐딜락 신차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슈퍼크루즈를 이용해 주행하고 있는 모습. / 한국GM

슈퍼크루즈는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추월, 차선 변경 등의 기능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슈퍼크루즈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북미 기준 누적 주행거리는 약 8억7700만㎞에 달하며, 적용 차종은 23개 모델, 적용 가능 도로 범위는 120만㎞ 수준이다.

한국GM은 슈퍼크루즈 국내 도입을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입해 고정밀 지도와 무선 업데이트(OTA) 전용 서버를 구축했다. GM이 글로벌 본사와 별도로 한국 내 기술 인프라를 직접 구축한 것은 이례적이다.

채명신 한국GM 디지털비즈니스 상무는 “슈퍼크루즈 도입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한국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100억 원 이상의 현지 직접 투자가 수반된 중대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채명신 한국GM 디지털비즈니스 총괄 상무. / 한국GM

아울러 회사는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문제로 불거진 내수 신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센터 활성화를 위한 실무형 TF’를 구성하고 노조와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철수설’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슈퍼크루즈 선제 도입과 서비스센터 TF 운영은 모두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체적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한국에서 기술 개발, 부품 조달, 차량 테스트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철수설은 현실성이 낮다”며 “오히려 내수 시장의 신뢰 회복과 브랜드 재도약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미 자동차 관세 완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25%인 관세가 15%로 하향 조정될 경우 연간 7000억원가량의 부담이 줄어들어, 한국GM의 경영 환경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