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법조인 CEO 선택한 SKT… “관리형 경영·리스크 관리 포석”
해킹 등 여파…사업확장 보단 리스크관리 중시
SK텔레콤이 37년 역사상 처음으로 법조인 출신 CEO를 선택했다. 경영보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한 인사로 평가된다. 최근 해킹 사고와 공정거래 이슈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가 ‘관리와 신뢰 회복’이라는 기조로 방향을 튼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는 SK텔레콤이 기술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법률적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안정 경영’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30일 SK그룹 사장단 인사 결과, 2021년 11월부터 회사를 이끌던 유영상 사장이 물러나고 정재헌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새 대표이사에 오를 방침이다. 신임 대표이사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1968년생인 정 대표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한 판사 출신이다. 2000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법, 창원지법, 수원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냈으며, 법원행정처 정책심의관과 전산정보관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준비팀장을 맡기도 했다.
정 대표가 SK텔레콤에 합류한 것은 2020년이다. 그는 당시 신설된 법무2그룹 센터장으로 영입됐으며 2022년부터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CFO)을 맡았다. 2024년부터는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으로 ESG·대외협력·홍보 기능을 총괄하고,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으로 그룹 경영 시스템 선진화에 참여했다.
통신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SK텔레콤이 향후 경영을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봤다. 기본적인 수익 구조가 탄탄한 만큼, 무리한 확장보다 필요한 범위 내에서 AI 투자에 집중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SK텔레콤의 통신(MNO) 사업 매출은 비교적 안정적이다”며 “정 신임 대표가 법률가 출신인 만큼 원칙에 충실한 관리형 CEO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4월 해킹 사고 이후 사내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 신임 대표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법률가 출신 임원은 리스크 관리에 최적화돼 있다”며 “이와 같은 효과를 노린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인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 내실을 다지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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