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억지의 시대…AI는 선택 아닌 필수” [K-AI 전략]

심승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방·안보 분과 분과장 인터뷰

2025-11-04     변인호 기자

출생아 급감으로 병역 자원이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국방·안보 분야가 인공지능(AI) 중심의 구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병력 보완이 아니라, 전쟁 억지력 강화와 임무 성공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내에 ‘국방·안보 분과’를 설치하고, 국방 AI 거버넌스와 생태계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IT조선은 국방·안보 분과의 분과장을 맡고 있는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AI·정보화연구실장을 만나 국방 AI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심승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방·안보 분과 분과장이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사회의 축소판’ 국방·안보 분야

심승배 분과장은 2002년 한국국방연구원에 합류해 국방정보화 분야 정책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특히 2020년부터 디지털 기술과 AI 기술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방·안보 분과는 국방 AI의 거버넌스, 국방 AI 법·제도, 국방 클라우드와 AI 데이터센터, 국방 AI 연구개발과 투자, 국방 AI 실증을 위한 국방 AI 전환(AX) 거점, 국방 AI 보안 등 국방 관련 전방위적인 영역을 담당한다.

달리 말하면 사회 전반에 필요한 여러 분야 앞에 ‘국방’만 붙었을 뿐 사실상 모든 분야에 다 연관이 깊다는 말이다. 이는 군 조직 특성과 연관된다. 군마다 병과·조직·임무·운영 방식이 다르고 안보의 영역이라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 한편 민간 사업자와 협력이 중요한 분야도 있다. 그만큼 필요한 AI 기술의 영역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군 보급체계는 유통산업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택배를 시켰을 때 집 앞이 아니라 ‘군대’로 간다는 점이 다른 부분이다. 또 군용 무기, 장비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의 재고관리와 배송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전시 상황 대비를 위한 물자의 재고관리에도 AI를 이용할 수 있다.

정비 분야도 그렇다. 일반 자동차는 정비소에서 정비하는 동안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군용 차량은 정비에 필요한 물품 재고가 없다면 병력이동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된다. 유통 산업이 사용하는 AI 기술에 국방 분야의 특성을 접목한 AI 기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만약 군용 비밀에 관련된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도 요구된다.

심승배 분과장은 “군 조직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가 각 부대의 성격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제각각이라 보급, 정비, 통신, 보안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AI 접목이 필요하다”며 “보통의 산업용 AI보다 구조가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 수립과 전문인력 필요

심 분과장은 이런 이유로 국방·안보 분과가 다른 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업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 일반 산업 분야의 AI와 같은 목표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평시 상황이라면 우리 군의 원활한 훈련과 장병 복지 등을 신경 쓰면 되겠지만 국방·안보 분야여서 생기는 특수 상황들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과 안보 분야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분야라는 특성이 중요하다. 심 분과장은 국방·안보 분야 기술 목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만약 전시 상황이 된다면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국방 AI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건 개발이 필요한 영역이 넓다는 의미다. 심 분과장은 한정된 인력, 자원, 시간으로 AI를 우선 적용해야 하는 분야를 정하고 시제품(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다음 괜찮으면 후속 개발을 이어가는 식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교통 정리를 해주는 것이 거버넌스다. 

그는 “국방·안보 분야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만 있는 게 아니라 육·해·공군에 해병대도 있고 여러 기관들과 각 군의 예하 부대도 있어 작은 국가 정도의 느낌으로 관리 범위가 넓고 복잡하다”며 “유사시 지휘체계는 갖춰져 있더라도 기술 연구개발 같은 분야의 의사결정 체계는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 문제도 중요하다. 학사장교나 학군장교(ROTC)로 임관하는 장교들 중에서도 당연히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AI 전공을 하는 등 인재가 있는데 그들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소령이나 중령 초임에서 이탈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군에는 돈에 좌우되지 않고 신념이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도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서 자신이 퇴보한다는 기분을 느껴 유출되는 인재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한 병력 축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줄어드는 장병의 수를 첨단 기술로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개발·유지하고 활용할 전문이력의 유지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문인력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심 분과장은 민간 전문가가 군 전문인력의 영역을 바로 대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민간의 AI, IT전문가여도 군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군의 특성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 분과장은 “전투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이나 함정을 조종하는 항해병과 같은 곳에도 AI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더라도 전부 AI 관련 보직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하던대로 전투기 조종이나 함정 조종 같은 걸 할 가능성이 높다”며 “AI 쪽보다 더 경력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작전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 AI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또 조종해야 하는 전투기나 함정을 안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여기 투자해 보자, 이거부터 먼저 하자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단기 실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도전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방 분야 AI 생태계 갖춰야

심승배 분과장은 작은 국가 수준의 국방·안보 분야에서 AI를 접목하려면 기술 연구개발 이전에 실험과 실증이 가능한 생태계를 먼저 만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의 AI 기술을 단순히 국방·안보 분야에 이식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에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모르는 업체가 개발한 AI 기술을 군에 적용하려면 군 상황에 맞게 세부사항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분과장은 “군에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니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뭘 시도할 수조차 없는 환경이다”라며 “우리 방산기업이 노력하고 있으면 군이 방산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마이데이터 제공하듯이 제공하되 어디 유출하면 안 되니까 합의된 상황에서 안전한 기술적 수단으로 제공해줘야 하는데 이런 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의 형태가 구체화 된 것이 ‘국방 AX 거점’이다. 심 분과장은 민간 스타트업이 국방 분야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실증하거나 시제품을 선보이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를 국방 AX 거점이라고 가리켰다.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이 국방·안보 분야에 많이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가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국방 AX 거점을 통해 국방·안보 분야의 기술 발전을 위한 국방 AI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국방 AX 거점을 마련한 뒤에도 갈 길은 멀다. 예산, 인력, 조직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 공개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와 범위, 제공 방식도 정해야 한다. 국방·안보 분야 AI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

그는 ‘해야 할 건 많은데 시간과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민적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말에서는 내적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 건 국방·안보 분야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체감해야 예산이라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승배 분과장은 “병력은 감소하고 있고 장비는 현대화하면서 전문인력은 유지해야 하고 그러는 와중에 불행히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변화하고 있어서 정책용역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시간은 부족해지고 있다”며 “지금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게 속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 예산이 많다고 해도 대부분 병력 유지와 장비 분영에 사용되는 예산이라 AI 기술 투자나 무기 개발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우리나라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국방 기술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많은 분이 인식하고 빠르게 많은 선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