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3중고에 동계시즌 날개 꺾이나
항공업계가 과잉 경쟁, 여행심리 위축, 고환율 등 3중고에 시달리며 당분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통상 동남아시아 여행지 수요가 늘어나는 동계 시즌이 시작됐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여객기에 승객을 채워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서 동남아 노선 성수기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항공사들은 10월 26일부터 오는 2026년 3월 28일까지 이어지는 동계 시즌 운항을 앞두고 신규 취항·증편,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좌석을 확대했다.
항공업계는 동남아 노선 확대에 적극 나섰다. 동남아 노선은 항공사 동계 시즌의 전통적 성수기로 꼽힌다. 겨울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의 여행지를 찾는 여행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부산-베트남 푸꾸옥 노선을 오는 12월 17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주 7회 일정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9월 25일부터 청주-인도네시아 발리(덴파사르국제공항)에 주 3회(화·목·일요일) 일정으로 취항했다.
이스타항공은 10월 26일부터 인천-인도네시아 마나도 노선에 주 4회(수·목·토·일요일) 일정으로 신규 취항했다. 오는 12월 17일부터는 주 7회 일정으로 증편한다. 에어부산은 부산-라오스 비엔티안 노선을 기존 주 2회에서 4회로 늘려 운항한다.
신규 LCC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도 동계 시즌 국제선 운항에 본격 나선다. 파라타항공은 오는 11월 17일부터 인천-일본 나리타, 베트남 다낭·푸꾸옥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이어 11월 24일에는 일본 오사카와 베트남 나트랑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신규 취항지 확대와 함께 기단 추가 도입으로 항공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10월 7번째 B737-8 항공기를 도입해 총 43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게 됐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올해 6월 네 번째 B737-8을 도입하며 총 43대 항공기를 보유하게 됐다. 이스타항공 역시 올해 10월 B737-8 기종 1대를 도입해 19대 규모의 기단을 갖추게 됐다.
올해 1월 항공기 화재로 운항 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에어부산은 10월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해 노선에 투입하면서 총 21대 규모의 기단을 회복했다. 여기에 해외 외주정비 항공기의 순차적 복귀가 이뤄지고 있어 가용기재를 더욱 확대한다. 파라타항공은 올해 7월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항공기를 매달 1대씩 도입했으며 11월 4호기를 도입한다.
신규 취항, 공급좌석 확대 등으로 항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불확실한 수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으로 동남아 전반에 여행수요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납치·감금 사건 이후 여행주의보가 내려졌다. 캄보디아 전 지역에는 2단계 여행자제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등 일부지역엔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됐다. 범죄단체 밀집지역인 시하누크빌주에는 3단계인 출국권고가 내려졌다.
현재까지는 여행심리 위축이 동남아 전반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 노선 전반적으로 예년 대비 특이사항은 없다”며 “동계시즌 동남아 노선 예약 급감 등 영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업계는 동남아 노선에서 승객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고환율 여파로 동계시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전체 매출 원가의 30% 차지하는 항공유를 달러로 사들인다. 항공기 리스료 등 지출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부담이 더욱 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31일 종가 기준 1424.4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400원 중반대에서 최근 1400원을 오르내렸지만 다시 1420원대로 오르며 1400원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 등에도 환율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선 확대 외에도 항공업계 전반의 항공기 도입이 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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