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조 vs 28조’…HBM4에 달린 삼성·SK 내년 반도체 실적

2025-11-04     이광영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각각 7조원과 11조38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28조원으로 삼성전자(8조5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한 영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이 개최된 경주아트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감사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링크드인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 안팎이다. 2026년에도 최신 세대 HBM의 적기 공급에 따라 양사의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공급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9월 메모리 기업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해 4분기부터 출하 계획을 밝혔다. 이미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을 비롯해 D램과 낸드 모두 내년 물량을 ‘완판’했다.

젠슨 황 CEO는 10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과 별도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를 중요 공급사로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황 CEO에게 ‘SK하이닉스의 월드 베스트 HBM4 제품’이라고 적힌 기념패를 전달하며 HBM4 공급을 위한 상징적 행보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조하며 HBM4 공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암시했다.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 GPU 5만개 도입을 밝히며 엔비디아에 HBM4 공급 계획을 전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 고객사에게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 출하를 완료한 뒤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HBM4 양산을 이룬다면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이은 핵심 공급 파트너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황 CEO는 10월 31일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미디어 Q&A’ 행사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도 필요하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돼 HBM4, HBM5, HPM97까지도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을 반영하며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을 67조원에서 최대 99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년 DS부문 영업이익이 6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