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美주식’… 증권사, 주간거래 재개로 ‘24시간 투자 시대’ 돌입
한국·삼성·KB·신한·대신 등 서비스 재개 복수 ATS·이중회선으로 안정성 강화
주요 증권사들이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재개하며 ‘24시간 글로벌 투자 시대’가 다시 열렸다. 작년 8월 미국 대체거래소(ATS) 시스템 장애로 중단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제 새벽이 아닌 낮 시간대에도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이날 미국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주간거래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 또는 6시까지 운영된다. 프리마켓(오후 6시~오후 11시30분), 정규장(오후 11시30분~ 다음날 오전 6시), 애프터마켓(오전 6시~오전 9시50분)을 합치면 하루 최대 23시간 이상 거래가 가능하다.
주간거래 재개는 서비스 재오픈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핵심에 두고 추진됐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기존 현지 대체거래소(블루오션) 외에 문(Moon), 브루스(Bruce) 등 복수 대체거래소를 추가 연동했다. 특정 거래소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자동 교차 라우팅(SOR) 기능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구조다.
신한투자증권은 “특정 거래소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교차 라우팅을 통한 고가용성(High Availability) 거래가 가능해졌고 듀얼 회선 체제 구축을 통해 전체 거래 안정성도 한층 강화됐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실시간 주식시세, 전용회선, 현지 브로커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장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이원화된 운영 체계를 마련했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서비스 재개를 기념해 대규모 고객 이벤트를 동시에 내걸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 고객 1018명에게 네이버페이 5000원과 1주 이상 거래한 고객 250명에게 신세계 상품권을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은 현금 1000만원, 아이폰17 등 경품을 내걸었고 대신증권은 ‘월화재 한옥 숙박권’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주간거래 고객에게 5000원 리워드와 투자지원금 30달러를, 삼성증권은 미국주식 수수료 3개월 0원 등의 우대 혜택을 준다.
증권사들은 거래 시간 확장에 맞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기능도 손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외화 환전 기능을 전면 개편하고 배당주 자동투자·물타기 기능을 도입했다. 또 골드만삭스, 스티펄 등 글로벌 금융사 리서치를 통합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30개국 투자 기회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주간거래 재개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시장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간거래는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 인프라의 필수 요소”라며 “이제 국내 투자자도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미국시장을 모니터링·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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