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트레빗 엔비디아 부사장 “AI, 개방형 생태계 중요”
“우리는 모든 생태계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공통 언어를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
닐 트레빗 엔비디아 부사장 겸 크로노스 그룹 회장은 4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AI 반도체 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트레빗 부사장은 “AI 학습(Training)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만 이뤄지지만 추론(Inference)은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 산업 설비 등 수십억개의 기기에서 매일같이 진행된다”며 “추론 영역에 개방형 표준이 도입돼야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GPU와 NPU 등 모든 반도체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아직 표준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이 드물다. 우리나라도 추론용 신경망 반도체(NPU) 등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산 NPU의 성능이나 표준이 수요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AI 관련 기업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산 NPU를 실증하거나 적용해볼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이날 닐 트레빗 부사장의 발언에 더 관심이 쏠렸다. 닐 트레빗 부사장은 엔비디아에서 개발자들이 GPU 등의 장비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크로노스 그룹은 그래픽, 머신러닝 등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에서 상호운용이 가능한 개방형 표준을 연구하는 기구다.
표준은 정해진 규격을 의미한다. 언어와 비슷하다. 모두가 사과를 ‘사과’라고 부르기로 약속하면 글로 쓰건 말로 읽건 ‘사과’로 불러야 한다. 이를 ‘홍로’, ‘홍옥’, ‘국광’ 같이 다른 표현을 사용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이가 생길 수 있다. 표준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표준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서로 호환된다. 호환을 위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트레빗 부사장이 20년 이상 근무한 엔비디아는 사실상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표준을 함께 연구하지 않고도 자사 기준을 따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 점유율이다. 트레빗 부사장은 엔비디아가 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도 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위한 표준을 연구한다고 말한 것이다.
트레빗 부사장은 “엔비디아가 추론 표준화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단기 이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기업이 AI 추론 생태계에 진입하도록 돕는 것이 결국 전체 GPU 수요를 늘리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라며 “AI가 클라우드에서 엣지로, 엣지에서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크로노스 그룹은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AI를 실행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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