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연임 포기… KT 새 대표 선임 절차 착수

전 고객 대상 유심 교체 결정

2025-11-04     김광연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 KT는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김영섭(왼쪽) KT 대표가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 뉴스1

김 대표는 4일 이사회에서 차기 KT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3월까지인 임기는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가 연임을 원한다면 먼저 의사를 밝힌 뒤 다른 후보들과 동일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김 대표 외 타 후보들 간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애초 김 대표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었다. 김 대표는 ‘재무통’ 출신답게 과감한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 전략을 앞세워 조직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8월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가 터지면서 김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일었고 결국 연임을 포기하는 상황을 맞았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대표를 향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라”는 압박이 이어졌다. 한 달 사이 4번이나 국회에 불러나간 김 대표는 “현재 가장 시급한 일은 사태 수습이다. 일정 수준의 수습이 이뤄진 뒤에는 최고경영자로서 총체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연임 포기를 밝혔었다. 이번 연임 포기로 당시 발언이 현실화됐다.

이날 이사회는 김 대표 후임인 새 대표 선임을 위한 공개 모집 절차를 시작했다.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 논의를 시작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으며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까지 사내·외 후보군을 꾸린 뒤 면접 등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공개 모집은 11월 5일 오전 9시부터 11월 16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새로운 대표로는 현재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박태웅 대통령소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분과장 등이 거론된다.

한편 KT는 이사회 끝에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11월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USIM) 무상 교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을 KT닷컴 또는 유심교체 전담센터를 통해 예약 후 전국 KT 대리점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 또한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유심 무상 교체가 적용되며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각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추후 안내된다.

애초 KT는 전 고객이 아닌 무단 소액결제 피해 고객 2만명에 한정해 유심 무료 교체를 단행했다. 이에 “전 고객으로 확대해 유심을 교체하라”는 국회 지적이 일었고 결국 입장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연임은 해킹 사고 이후 불가능한 사안이었다”며 “현재 여러 사람이 후임 대표로 거론되고 있으나 추후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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