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전방위 확장, 네이버가 삼키는 생태계

2025-11-05     변인호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올해 3월 네이버 의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네이버의 외연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11월까지 영역을 넓힌 분야는 커머스, AI, 가상자산, 헬스케어, 여행·관광 등으로 다양하다. 플랫폼 서비스를 넘어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 전부를 네이버 영향력 아래에 놓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5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이 올해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후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확장 방식은 여러 산업의 주요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여러 산업의 생태계를 삼키면서 대체 불가능한 요소가 되는 것을 노리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커머스 영역에서 먼저 움직였다. 이해진 창업자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복귀한 시점에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별도 앱으로 출시했다. 컬리 지분을 확보해 CJ대한통운과 컬리 물류망을 모두 이용하며 유통망까지 확보했다. 이에 앞서서는 북미·유럽·일본 등 해외 중고거래(C2C) 플랫폼을 인수하며 글로벌 커머스 시장 공략까지 병행했다.

웹툰·웹소설 등 네이버가 강점을 가진 콘텐츠 분야는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패스 등과 협업하며 경쟁력을 더 강화했다. 네이버웹툰 산하 스튜디오N과 네이버 손자회사 플레이리스트가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를 비롯해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백수세끼’ 등이 네이버 계열사에서 제작한 영상이다.

네이버는 자사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치지직(CHZZK) 성장을 위해 야구 국가대표 평가전 등 대형 스포츠·e스포츠 중계권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또 임상시험 플랫폼 제이앤피메디, 체성분 분석 기업 인바디에 지분을 투자하며 헬스케어 영역에도 진출했다.

핀테크 인프라도 흡수 중이다. 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추진하는 두나무 인수는 ‘빅딜’로 불릴 정도다.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다.

이 같은 일련의 전방위 확장 과정은 네이버의 AI 고도화를 위한 양분이 될 전망이다. C2C 플랫폼의 개인 간 중고거래, 블로그·카페·지식in 등 네이버 기존 서비스 활동, 네이버 웹툰·시리즈·치지직의 콘텐츠 소비 활동,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한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 활동 등에서 다채로운 데이터가 발생한다. 이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전된 AI 구현을 위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롱테일 데이터다.

네이버는 또 AI 인프라부터 개발 플랫폼, 소비자 플랫폼, AI 모델까지 AI 관련 모든 영역을 내재화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AI 풀스택을 보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네이버는 국가대표 AI 선발전을 비롯해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진흥 관련 각종 사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부 정책 관련 요직으로 진출한 네이버 출신 인물만 3명이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AI B2C 서비스의 수익화는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 서비스에서 인프라로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면 클라우드 부문의 AI 관련 매출이 급등할 수 있다”며 “네이버가 최종적으로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미국의 코어위브, 네비우스와 같은 클라우드 판매모델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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