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에도 밀리는 지방은행… 지역경제 부진·뒤처진 디지털화 '이중고'
경남·광주·전북은행, 3분 누적 순익 카카오뱅크에 뒤져
올해도 지방은행의 성장세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리는 모습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이 부산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 대부분을 웃돌 정도로 높았다. 개별 은행 기준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지역은행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셈이다. 지역경제 둔화와 비대면 경쟁력 부족이 겹치면서 지방은행의 체력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 누적 순익이 3751억원으로 5.5% 늘었다고 밝혔다. 이자이익은 줄었지만 비이자이익이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수수료·플랫폼 부문 수익이 2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는 등 전체 영업수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이 36%에 달했다. 디지털 기반 플랫폼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며 수익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앞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지방은행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BNK금융 계열의 경남은행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910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누적으로는 2495억원으로 전년보다 14.2% 감소했다. JB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전년 대비 각각 7.6%와 6.0%씩 감소한 2307억원과 14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방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 순익을 앞선 곳은 그나마 부산은행뿐이다. 부산은행은 3분기 1692억원을 포함해 누적으로 전년 대비 9.4% 늘어난 4209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지방은행과 카카오뱅크의 희비가 갈린 배경에는 ‘비대면 경쟁력’과 ‘지역 경기’라는 두 요인이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 경기 둔화로 지방의 예금·대출 성장세가 꺾였고, 젊은 세대는 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인뱅으로 이동했다. 금리 경쟁에서는 시중은행에, 디지털 인프라와 브랜드 파워에서는 인뱅에 밀리면서 지방은행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방은행은 성장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발간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이후 지방은행의 총자산 증가율은 시중은행을 밑돌며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경기 여건에 따라 지방은행 부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과의 협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 대출이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8월 토스뱅크와 공동대출 상품 ‘함께대출’을 내놨고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의 공동대출 협업을 추진 중이다.
고객이 인터넷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두 은행이 심사와 자금 공급을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다. 인뱅의 디지털 플랫폼과 지방은행의 지역 밀착형 심사 역량을 결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공동 대출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새로운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동남아·중앙아시아 진출을 추진하며 현지 외국인 노동자 대상 비대면 송금과 다국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도 독자적인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방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이 실효성 있으려면 나름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것.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공급 비중을 높이고 공동대출 지원, 대출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완화와 공동대출 등은 당장 지방은행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지방금융 정체성을 지키면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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