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손보험 최악 사례” 금감원장 한마디에 뒤집어진 보험업계

백내장 실손 분쟁 원점에서 재검토 판결 이전 계약자 구제 논의 본격화

2025-11-06     전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백내장 실손보험 분쟁을 다시 검토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의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의 이번 검토가 실손보험 시장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21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백내장이 실손보험의 워스트 케이스라고 답변했다 / 뉴스1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백내장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내주부터 학계와 소비자단체,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토론회는 취임 초기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이찬진 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백내장 수술 시 기저질환과 합병증·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소비자 보호중심의 보상 기준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백내장 법적 분쟁을 공식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보험업계의 관심도 높다. 금감원이 표준약관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이행 가능성도 높다는 진단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정 권한이 금감원에 있기 때문에 해석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약관이 달라질 수 있다”며 “백내장 수술 관련 민원 증가가 워낙 크다 보니 감독원이 일정 수준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손보험의 ‘워스트 케이스(최악의 사례)’로 백내장을 지목했다. 이 원장은 “대법원 판례들이 확립이 돼 있는 상태여서 분쟁조정을 통해서는 구제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내장 보험금 분쟁이 본격화한건 2021년부터다. 당시 백내장 관련 보험금 청구액은 1조1528억원으로 직전 2020년 6480억원에 비해 약 78% 급증했다.

당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일부 안과와 브로커 조직이 과도하게 수술을 권유한 게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봤다. 대부분 당일 회복이 가능해 통원이 원칙인 백내장 수술에 일부 의료기관이 짧은 입원을 끼워 넣어 ‘입원수술’로 청구하는 관행이 퍼지자 보험사들은 통원 의료비 위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실손보험은 통원 1회당 20만~30만원 정도만 보상하지만, 입원으로 판단되면 최대 5000만원까지 내줘야 한다. 가령 수술비가 1000만원이라면 입원 인정 시 약 800만~9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통원으로 처리되면 20만~30만원에 그친다.

병원 설명에 따라 백내장 수술과 함께 시력교정 다초점렌즈 수술까지 병행한 이들의 경우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청구하지만, 입원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돼 보험금 분쟁이나 소송을 환자 혼자 감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법원이 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례가 자리한다. 2022년 6월 대법원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수술 후 6시간 이상 관찰이 필요하지 않으면 입원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백내장 수술은 보통 30분 내외로 끝나고 특별한 합병증이 없다면 입원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실손보험 보상은 통원 한도 안에서 이뤄지고 있고 관련 민원은 지속 증가세다. 수술 뒤 6시간을 머물렀더라도 의학적으로 별도 관찰이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입원으로 볼 수 없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 필요성에 대한 분쟁이 지속되면서 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금융민원 통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민원은 대법원 판결 전이던 2021년 상반기 1만5689건에서 올해 상반기 2만1452건으로 36.7% 늘었다. 이중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 민원은 7079건에서 1만1431건으로 61.5% 증가했고, 면책·부책 민원은 1089건에서 2244건으로 105.9% 늘었다. 백내장 판결에 따른 보험금 미지급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백내장 수술이 도수치료, 체내충격파 등과 함께 의료 과잉을 일으키는 대표 항목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 전체 가입자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백내장 수술은 소수 가입자가 과도한 보험금을 타가는 사례가 많았던 대표적인 항목”이라며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이 다시 늘어나면 전체적인 실손 가입자들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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