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전기 SUV 판매 부진에 최대 3천만원 할인전 돌입

현대차, ‘코리아세일페스타’서 아이오닉9 500만원 할인 캐딜락, 리릭 1700만원 할인... 출시 후 최대 할인 부진 이어지는 마세라티, 3천만원 할인으로 분위기 반전 노려

2025-11-08     허인학 기자

자동차 업계가 판매 부진 모델을 중심으로 할인 공세에 나섰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최대 30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침체된 내수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재고를 소진함과 동시에 고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의 수요를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9.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올해도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해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12개 차종, 총 1만2000대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대부분 모델은 100만~300만원 수준의 할인이 적용되며,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최대 50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할인은 아이오닉 9의 판매 부진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아이오닉 9은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대형 SUV이자 1회 충전 주행거리 500킬로미터(㎞) 이상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10월 누적 판매량은 7610대에 그쳤으며, 월 1000대를 넘긴 시기는 4월·7월·9월 세 달뿐이다. 현재 아이오닉 9의 판매량은 현대차 SUV 라인업 가운데 수소차 넥쏘 다음으로 낮다.

업계는 아이오닉 9의 가격대가 고급 수입 SUV와 겹치고, 하이브리드 SUV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캐딜락 리릭. / 캐달락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도 전기 SUV ‘리릭(Lyriq)’의 판매 확대를 위해 1700만원 할인에 나섰다. 이는 국내 출시 이후 최대 할인 폭이다. 할인 적용 시 리릭의 판매가는 기존 1억695만원에서 8996만원으로 낮아진다. 캐딜락은 지난 8월에도 1000만원 현금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리릭은 2024년 사전계약 첫 주에 초도 물량 180대를 완판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판매세가 급격히 꺾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91대로, 월평균 10대 수준에 그친다. 업계는 브랜드 충성도는 높지만 서비스 네트워크가 한정돼 국내 소비자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 마세라티

이탈리아 브랜드 마세라티는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Grecale Folgore)’에 2830만원의 할인을 적용했다. 기존 1억2730만원이던 가격이 9000만원대로 낮아지는 셈이다. 회사는 자체 보조금 형태로 차량 가격을 낮춰 내수 부진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마세라티는 지난 4~6월에도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50대 한정으로 3000만원 안팎의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판매 부진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실제 KAIDA 통계에 따르면 마세라티의 올해 1~9월 판매량은 1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

이 같은 대규모 할인 공세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 배경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며 브랜드별로 가격 정책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할인을 통해 재고를 정리하고 내년 신차 수요에 대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할인 전략이 근본적인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가 전기 SUV 시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서비스 신뢰도, 주행 효율성 등 비가격 요인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기적 판매량 증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재고 해소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잔존가치(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할인보다 제품 완성도, 충전 인프라,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허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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