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투자자 눈높이 맞춰라… 금투업계 ‘컨퍼런스 전쟁’

한투證, 빗썸 고객 대상 컨퍼런스 열며 초고액자산가 공략 미래에셋운용 ETF·가상자산, 한화운용 퇴직연금에 초점

2025-11-06     윤승준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지식 콘퍼런스’를 새 무대로 삼고 있다. 연금, 상장지수펀드(ETF), 자산관리 등 핵심 역량을 전면에 내세운 대형 컨퍼런스를 잇달아 개최하며 고객층 세분화와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단순 상품 홍보를 넘어 초고액자산가에서 개인연금 투자자까지 전방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금융 지식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4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고객을 초청해 ‘GWM(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웰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투자증권의 종합 투자전략 컨설팅 전문 조직인 ‘GWM’이 주도했다. 빗썸에서 선별한 고액투자자들에게 세무·부동산 전문가의 1대1 컨설팅과 함께 현대미술 가치투자 등 대체자산 전략을 소개했다. 지난 10월 1회 행사가 가족법인을 활용한 자산승계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예술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자산관리 트렌드가 주제였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뉴리치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개최된 한국투자증권의 GWM 웰스 컨퍼런스 모습. / 한국투자증권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Mirae Asset ETF Innovation Conference 2025’를 열고 ETF 시장의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행사는 ▲연금자산과 ETF 투자전략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시대 ETF 활용법 ▲기관투자자 대상 ETF 활용 전략 등 세 개 세션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퇴직연금 시장이 저축에서 투자로, 적립에서 인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의 역할과 인출상품으로의 월배당 ETF 활용 가능성에 대해 조명했다.

김종승 xCrypton 대표는 글로벌 금융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시대에 글로벌 금융기관의 전략적 전환,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변화 등 시장 흐름을 분석했다.

4일 개최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irae Asset ETF Innovation Conference 2025’(왼쪽)와 한화자산운용의 ‘2025 한화자산운용 퇴직연금 세미나’ 모습. / 각 사

한화자산운용 역시 같은 날 ‘2025 한화자산운용 퇴직연금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한국형 모델을 제시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별로 분산된 퇴직연금을 통합 운용해 규모의 경제와 거버넌스 효율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행사에서 글로벌 연금운용사 WTW의 복재인 아시아 대표는 영국의 통합기금 ‘라이프사이트(LifeSight)’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도입을 위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기금형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닌 국민 노후 보장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퇴직연금 전문 운용역량 및 거버넌스를 갖춘 기금전문운용사를 선택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각사가 핵심 고객층과 차별화된 가치제안을 교류하는 ‘지식형 마케팅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 자산가, 미래에셋은 ETF 투자자, 한화는 퇴직연금 관계자라는 타깃을 정교하게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ETF·대체투자 등 세분화된 시장에서 ‘신뢰 기반의 콘텐츠 제공’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금융사의 컨퍼런스는 단순 이벤트가 아닌 시장 주도권 확보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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