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패권’ 격돌… 로봇이 공장 주역으로 [미래車혁신③]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2032년 95조5878억원으로 폭발 성장 전망 현대차그룹·테슬라, ‘아틀라스’와 ‘옵티머스’로 맞붙어 BMW·벤츠도 단순 생산 현장에 로봇 투입… 상용화 목전

2025-11-10     허인학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차세대 제조 경쟁력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로봇 전쟁’에 돌입했다. 단순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세대 산업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다. 완성차 기업들은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제조 혁신을 통해 산업 지형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작업하는 모습. /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인력난과 고령화, 작업 안전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전환으로 공정이 세분화되고 맞춤형 조립 수요가 늘면서 인간 수준의 유연성을 갖춘 로봇이 생산 효율을 높이는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뛰어드는 만큼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4년 32억8000만달러(약 4조7500억원)에서 2032년 660억달러(약 95조6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에서는 2035년 1조달러(약 1448조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생산 자동화를 넘어 인간과 협업하는 새로운 제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완성차업계의 ‘휴머노이드 패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뒤 휴머노이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은 올해에만 보스턴다이내믹스에 8억4800만달러(약 1조228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기술을 결합해 향후 스마트팩토리와 물류창고에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아틀라스는 초속 2.5미터(m)로 보행하고 시속 9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고기동 로봇으로 현재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AI와 하드웨어를 고도화해 사람처럼 사고·판단하는 로봇 구현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엔비디아와 협력해 블랙웰(GPU) 기반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로봇 부품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육성 중이다. 회사는 지난 7월 로봇 부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액추에이터·센서·제어기·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설계와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액추에이터는 로봇 전체 재료비의 60%를 차지하는 고부가 부품으로, 모비스는 차량용 기술 기반으로 시장 선도를 노리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 / 테슬라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앞세워 현대차그룹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옵티머스는 자율주행 기술과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결합한 대표 모델이다.

테슬라는 인간 손의 자유도를 구현해 공을 잡거나 요리·청소 등 일상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 2024년 캘리포니아 공장에 시범 투입해 배터리 셀 분류 작업을 맡겼으며, 올해는 생산라인에서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차량 개발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단순 업무를 수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립과 부품 운반 등 인간과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테슬라는 월 1000대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2026년에는 연 12만대, 2027년에는 120만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부 판매도 추진해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벤츠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Apptronik)의 ‘아폴로(Apollo)’를 생산라인 테스트에 투입해 부품 이송 및 검사 작업을 맡기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자동화 효율성과 안정성을 검증 중이다.

BMW 역시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해 부품 운반 및 공정 모니터링을 로봇에 맡기고 있다. 향후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생산라인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보행 안정성, 전력 효율성, 투자 대비 수익률(ROI) 등 기술적·경제적 허들이 높아 단기간 전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파일럿 형태의 점진적 확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 기반 자율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향후 제조 경쟁력의 기준은 로봇 도입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