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해외 ETF 희비… 환노출 뛰고, 환헤지 기어
S&P500 환노출 한 달간 4% 뛸 때 환헤지는 고작 0.6% 상승 "대미 투자,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
환율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 강세로 환 노출형과 환 헤지형의 수익률이 한 달 새 4%포인트나 벌어지면서다. 하반기 이후로 보면 그 격차는 10%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하는 환 노출형 ETF 5개(KODEX·TIGER·RISE·PLUS·KIWOOM)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평균 4.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일한 자산에 투자하는 환 헤지형 ETF의 평균 수익률(0.6%)을 3.5%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7월 이후로 따지면 환 노출형 ETF 수익률은 평균 16.8%인 반면 환 헤지형 ETF는 평균 8.4%였다. 환 노출형에 투자했다면 8%포인트 넘게 수익을 더 냈다는 뜻이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환 노출형 ETF 2개(KODEX·TIGER)도 1개월 수익률이 평균 5.5%로 나스닥100에 똑같이 투자하는 환 헤지형(평균 1.9%)보다 3.6%포인트 더 높았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과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역시 1개월 수익률이 각각 4.3%, 1.0%로 환 노출형 ETF의 성과가 4%포인트 이상 앞섰다.
환 노출 여부에 따른 수익률 격차는 ETF 상품 구조에서 비롯됐다. 상품명 마지막에 Hedge(위험회피)를 나타내는 (H)가 붙은 환 헤지형 ETF는 통화선도 등과 같은 파생상품을 통해 일정 시점의 환율에 고정,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다. 해외주식·채권 등 기초자산의 수익률에 헤지 비용을 차감해 최종 수익률이 결정된다.
반면 환 노출형은 기초자산을 그대로 투자하고 환율 변동에 대해 방어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환율 상승기(원화 약세)엔 환 노출형은 기초자산 수익에 더해 환차익을 얻지만 환 헤지형은 헤지 비용만 나가고 기초자산 수익 외에 추가로 얻는 게 없다. 물론 환율 하락기(원화 강세) 환 노출형이 환차손을 볼 때 환 헤지형은 통화 변동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환 노출형 및 헤지형 ETF의 수익률 격차가 커진 건 환율이 급등해서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환율은 6월 말 1354원으로 저점을 찍은뒤 지속적으로 상승, 현재 145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확정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이 환율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 노출형 및 환 헤지형 ETF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옥신각신하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고 엔·파운드·유로 등 주요국 통화 약세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5일(현지시각) 100.22로 1개월 전보다 2.5%포인트 상승하며 약 6개월 만에 100에 진입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외국인은 11월 들어 6일까지 약 7조원 순매도했다.
이에 기왕 해외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해외 ETF는 환 노출형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으로 1년에 200억달러를 미국에 보내야 하는데 이는 달러 수요를 키워 원화 가치 하락을 심화할 것”이라며 “과거 코스피 급락장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이 어느 정도 수익률을 방어해 준 적이 있고 금리 차에 의한 환 헤지 비용도 커 환 헤지 ETF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장기투자 관점에서라도 환 노출로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 금융시장에 쇼크가 왔을 때 환 노출 ETF는 하락분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해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 유리하다”면서 “최근 고환율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은 거 같은데 1400원대에서 올랐으면 올랐지 빠지긴 쉽지 않을 거고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은 상황에서 환 헤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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