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타깃’된 카카오뱅크… 실적부진에 고평가 우려

공매도 거래 비중 일주일 새 6%→21%로 주가 11월 7% 급락 증권사 7곳 투자의견 ‘중립’ 하향

2025-11-10     윤승준 기자

카카오뱅크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에 휘청이고 있다. 공매도 베팅금액이 크게 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상승세에 올라탄 은행주들과 상반된 행보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플랫폼 및 자산운용 부문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인 게 투자 매력도를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주(10월 27~31일) 평균 5.91%에서 이번 주(3~7일) 평균 20.93%로 급드했다. / 카카오뱅크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카카오뱅크의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25.73%로 집계됐다. 6일엔 41.92%로 치솟아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높기도 했다. 전체 거래대금 613억원 중 257억원이 ‘빌려서 판 주식’이었다.

카카오뱅크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10월 마지막주(10월 27~31일)까지만 해도 평균 5.91%에 불과헀으나 3분기 실적을 공개한 4일부터 꿈틀대기 시작해 지난주(3~7일)엔 평균 20.93%로 올라갔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상환하지 않은 공매도 물량도 여전히 많다. 3주 전인 10월 14일 1607억원이었던 공매도 순보유잔고 4일 현재 1763억원까지 늘었다. 공매도 순보유잔고가 2000억원이었던 8월보다는 줄어들었으나 상반기 평균(845억원)보다 두 배 큰 17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 윤승준 기자

공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주가도 마이너스 행진이다. 7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0.9% 떨어진 2만1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11월 이후 하락 폭만 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은행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 등락률 4.1%를 약 10%포인트 밑돈다. KB금융(6.1%)·신한지주(6.0%)·하나금융지주(7.6%) 등 주요 은행주와 비교하면 주가 부진은 더 컸다.

투자심리 악화는 ‘어닝 쇼크’로 풀이된다. 4일 카카오뱅크는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1242억원) 대비 10.3% 감소한 111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전 컨센서스 추정치(1319억원)와 비교해 15% 넘게 차이가 나는 실적이었다. 순익을 늘린 KB금융(순이익 증가율 3.3%)·신한지주(9.6%)·우리금융지주(40.9%)는 물론,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둔 하나금융지주와는 상반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익이 반등할지 여부다. 카카오뱅크는 타 은행주 대비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3분기 이자이익(수익-비용)은 3204억원으로 경비 차감 전 영업이익(3458억원)의 90%가 훌쩍 넘었다. 이자이익 비중이 70%대인 KB금융(76.7%)·신한지주(75.3%)·하나금융지주(78.6%)·우리금융지주(79.9%)와 다른 상황이다.

주요 은행주 11월 주가 등락률 / 윤승준 기자

비이자이익도 신통치 못하다. 특히 수수료(Fed·플랫폼) 이익이 정체됐다. MMF 박스, 우리아이박스 등 신규 서비스상품을 출시했으나 3분기 Fed·플랫폼 수익은 777억원으로 1년 전(791억원)보다 1.4% 감소했다. 비용까지 더하면 Fed·플랫폼 이익은 64억원에 불과했다. 

초과 수신의 여분을 유가증권 운용에 활용하는 전략을 폈으나 자금운용손익은 1811억원으로 전분기(1810억원)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운용자산 절반 이상이 채권이라 금리 인하 지연 시 평가손익 부진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뱅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86배로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선행 PER 6.9배 대비 3배 이상 높은 점도 하방 압력을 키우기 충분하다. 

증권사 전망도 비관적이다. 4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사 9곳에서 카카오뱅크 리포트를 냈는데 7곳(KB·삼성·메리츠·LS·한화·하나·교보)이 카카오뱅크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거나 목표주가를 내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전망한 올해 연간 순이익은 1개월 전 4917억원에서 7일 현재 4670억원으로 5.0% 감소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래픽, 인게이지먼트(이용자 유입), 수신 경쟁력이 플랫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은 확고하지만 전통은행 대비 높은 1.6배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정당화할 수 있는 만큼의 수익화 가시성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요인”이라며 “올해 연간 대출성장률은 8%를 넘지 못할 전망이고 최소 내년까진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에도 대출성장률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예대율 하락에 따른 NIM(순이자마진) 하락이 우려보다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고 자금운용 수지 증가가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하향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제로 인한 성장률 하락, 마진(NIM, 자금운용수지) 하락 등 이익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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