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롤타워 복원 없다”…그룹 안정화 택한 삼성 이재용의 결단

2025-11-07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가 2017년 말 임시 조직된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상설 조직으로 격상했다. 기존 조직을 사업지원실로 상설화해 그룹 안정화를 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내외부에서 제기된 삼성의 콘트롤타워 부활 이슈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삼성전자는 7일 사업지원T/F 사장단과 임원의 위촉업무 변경 인사를 발표하며 사업지원실장에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을 위촉했다. 경영진단실장을 담당했던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맡는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콘트롤타워 복원 보다는 현재 그룹의 조직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적극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2017년 말부터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대신해 삼성전자 및 주요 전자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전략 조율과 투자 등 핵심 의사결정을 지원한 사업지원T/F의 역할과 성과를 이 회장이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과거 갖고 있던 전략, 경영진단, 인사, 커뮤니케이션, 기획, 준법경영실, 금융일류화추진팀 등 7개 기능을 합친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사업지원T/F의 역할을 유지하기로 판단한 것이다”라며 “향후 포스트 미전실이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를 통해 사업지원실, 커뮤니케이션실, 경영지원실, 법무실 등 실 단위 조직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분권형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2024년 12월 경영지원실(CFO) 산하 커뮤니케이션팀을 커뮤니케이션실로 격상하고,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신설한 경영진단실을 사업지원실로 이관하는 등 조직개편도 이런 분권 경영 기조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정현호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삼성전자의 경영 정상화 흐름 속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의 퇴임을 만류했지만 후진 양성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안팎에선 향후 사장단 인사에서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오현 전 회장은 2017년 11월 삼성 종합기술원 원장에 임명되며 회장으로 승진한 적 있다. 정 부회장 역시 그동안 공로를 인정받아 권 회장처럼 승진해 원로경영인으로서 미래를 위한 기술자문과 후진양성에 힘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퇴를 시작으로 이르면 다음주 시행될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강력한 인적 쇄신 및 세대교체가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권오현 당시 부회장이 물러날 당시에도 삼성전자 사장단 및 임원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듯, 올해도 대규모 쇄신 인사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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