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환자 97% 비대면진료 만족… 법제화, 국민 편의 우선돼야”

국민 선택권과 의료접근성 확대 필요 규제 중심 아닌 육성 중심 정책 요구 공공·민간 상호 보완 협력 기반 구축

2025-11-10     김동명 기자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했지만, 제도 정비가 지연되면서 의료현장과 산업계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 대부분은 비대면진료의 편의성과 효용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정부가 다시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면서 산업계에서는 ‘국민이 체감한 혁신을 되돌리는 일’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이 10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국민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동명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10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비대면진료의 미래: 대국민 정책 수요조사 결과 발표 및 업계 정책 제언’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비대면진료 정책에 대한 만족도·개선 의견 조사’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원하는 비대면진료 방향성을 제시하고,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논의돼야 하는 실질적인 정책 방안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이슬,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의 ‘비대면진료 정책에 대한 만족도·개선 의견 조사’ 결과 발표와 주요 이사사의 정책 제언,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의 97.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며 “이 수치는 비대면진료가 더 이상 예외적 대안이 아닌, 국민의 일상적 의료 접근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실제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국민 1051명과 의·약사 430명을 대상으로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것으로, 시간 절약(95.7%), 의료 접근성 개선(94.5%), 대면진료 지연·포기 문제 해결(93.5%) 등에서 압도적 만족을 보였다. 환자의 91.5%는 “비대면진료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했으며, 제도가 중단되면 88%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진 역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의사의 73.5%, 약사의 56.2%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각각 92.7%와 82.4%는 “다음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 82.1%, 약사 68.5%가 “비대면진료가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했다”고 답해, 원격의료가 의료 인프라 사각지대 해소에 실질적 효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환자와 의·약사의 실제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의 실질적 효과와 개선 방향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 원산협

그러나 제도화는 오히려 시범사업 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범위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논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전면 중단됐고, 의원급 의료기관만 월 전체 진료의 30% 이내에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동일 환자는 월 2회까지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비만약 등은 여전히 처방이 금지된다.

정부는 ‘법제화 전 과도기적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사실상 제도 퇴행’이라고 반발한다. 대형병원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 급감이 불가피하고, 접근성과 효율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지난 9일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당정은 법제화 세부 내용 등을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원산협 관계자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피해를 본다”며 “법제화 논의가 길어질수록 관련 스타트업의 존속도 위태롭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환자의 61.1%, 의사의 67.5%가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병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규제’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환자들은 “경증질환이나 기존 처방도 초진을 거쳐야 해 불필요한 대면진료가 늘어난다”(69.8%), “진료비와 서비스를 비교해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제한된다”(64.8%)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의사들 역시 “고령자·직장인·의료취약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73.5%)고 지적했다.

원산협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국민 편의와 의료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은 향후 법제화에서 ▲전 과목 비대면진료 허용(39%) ▲의약품 배송 허용(37.7%) ▲약 성분명 처방(35.1%) 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고, 의사는 ▲의료사고 책임·보상 기준 마련(44.4%) ▲건강보험 수가체계 현실화(43%) ▲초진 허용 범위 확대(34.4%)를 요구했다. 약사들도 ▲약 성분명 처방(64.9%) ▲대형 약국 쏠림 방지(47%) ▲공공 플랫폼 구축(33.7%)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슬 원산협 공동대표는 선별적 허용과 민간 서비스 배제 법제화는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 김동명 기자

업계 대표들은 입을 모아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규제 중심이 아닌, 국민 편익을 높이는 필수 의료 인프라로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정부가 지원과 육성을 선택한다면 AI 헬스테크 기업으로서 국민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는 “현장 작동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30% 상한’이나 ‘월 2회 제한’은 혼란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호익 솔닥 대표는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 강화와 만성질환 관리 고도화,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이제는 위험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규 헥토이노베이션 선임은 “비대면진료는 의료 혁신을 넘어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로, 새로운 기본권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슬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는 이미 국민이 선택한 의료 현실”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제도화를 추진해준다면 업계는 책임 있는 민간 파트너로서 미래의료 체계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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