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백준 한빛앤 대표 “AI에게 먼저 묻는 시대… 학습 플랫폼이 달라져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술 학습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항상 곁에 두고 도움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임백준 한빛앤 대표는 최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빛미디어 IT 도서 부문 인수 이후 새로운 비전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빛미디어는 1993년 설립된 국내 대표 IT 전문 출판사로, 프로그래밍·컴퓨터공학·IT에세이 등 전문 분야에서 수많은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성장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한빛앤은 한빛미디어가 2024년 설립한 자회사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개발을 주력으로 하며, 전자책·동영상 강의·코딩 실습 환경·아티클 등 IT 현장 중심의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맡아왔다.
이런 구조적 연계 아래 한빛앤은 올해 한빛미디어의 IT도서 부문을 인수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기존에 디지털 콘텐츠와 강의를 중심으로 운영하던 한빛앤이 이제는 오프라인 강의와 IT 도서 사업까지 함께 운영하는 통합 교육·출판 플랫폼으로 확장하게 됐다. 이와 함께 한빛앤은 업스테이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과 협력하며 AI·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산업계 수요에 맞춘 실무형 교육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건강한 개발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외부 협력 범위도 넓히는 중이다.
조직 통합으로 ‘AI 기반 개인화 학습 플랫폼’ 구축 목표
한빛앤은 IT 출판부, 영상 콘텐츠 제작팀, 소프트웨어 개발팀 등 세 개 핵심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임 대표는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전체 인력의 30% 정도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팀을 더 늘려갈 계획”이라며 “기술을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AI 시대의 디지털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디어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가 제시한 롤모델은 미국 IT 전문 출판사 오라일리다. 오라일리는 ‘오라일리 러닝’이라는 구독형 플랫폼을 통해 도서, 전자책, 강의 영상, 세미나 콘텐츠는 물론 웹 기반 코딩 실습 환경까지 통합 제공한다.
임 대표는 “오라일리 수준의 학습 플랫폼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더 나아가 개인화 기술을 접목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그 학습 경로를 따라가며 확인해주는 정밀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경로를 계속 따라가면서 학습을 이끌어주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AI 전환… “도서→강의→AI 질문”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대응
한빛앤의 콘텐츠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IT’에서 ‘AI’로의 전환이다. 임 대표는 “지난 30년 동안 IT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AI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AI 퍼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타깃층도 확장한다. “IT 콘텐츠는 대부분 개발자가 타깃이었지만, AI는 그 경계를 넘어야 한다”며 “현재는 기술 종사자들을 타깃하지만 향후 그 대상을 일반인들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해서는 “학습 트렌드가 코로나19 전후로 도서에서 강의로 이동했고, 그 변화조차 현재는 빠르게 옛 것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곧바로 AI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는 개인의 학습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 지원하는 개인화된 학습 플랫폼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2025년 이후 이어질 IT 콘텐츠 시장의 키워드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꼽았다. “올해 바이브 코딩이 뜨거운 키워드였다”며 “트렌드가 너무 급격하게 변해 주제어들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술 관련 도서가 긴 사이클로 판매됐다면 지금은 그 키워드의 인기가 채 1년을 버티지 않는다”며 “급격한 기술 변화 때문에 출판 비즈니스의 속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코딩, 이미 사람 넘어… 도구 아닌 협업 주체로 재정의”
실리콘밸리 개발자 출신인 임 대표는 현재 AI의 코딩 실력에 대해 “코드만 다루는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사람의 실력을 능가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완전한 대체는 아니다. 임 대표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범용인공지능(AGI)이 개발돼야 하는데, 그것도 2~5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강조한 것은 AI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다. “AI를 단순히 도구로 생각하면 안 되고, 사람 개발자들 중에 섞여 있는 업무 주체로 파악해야 한다”며 “AI 에이전트가 회사에 필요한 결과를 내도록 하려면 사람이 도와줘야 하고, AI도 사람을 도와준다. 사람과 기계의 협력 관계가 잘 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개발자의 역할도 재정의된다. “전통적인 의미의 개발자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와 협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관리자가 아니라 같은 구성원으로서 업무를 이끌어가는 조직원의 하나로 AI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는 이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필요한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판이 형성되고 있고, 변화의 중심을 감지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평생 학습 동반자 목표”
임 대표가 제시한 한빛앤의 목표는 ‘AI 시대의 평생 학습 동반자’다. 그는 “개인화 기술도 적용해 기술 학습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항상 곁에 두고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플랫폼 구축과 구독제 시작은 올해 말이나 내년쯤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개인화 기술이 적용된 정교한 서비스는 내후년 제공을 목표한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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