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도전하는 네이버, 이번엔 다를까

2025-11-11     변인호 기자

네이버가 XR(확장현실) 콘텐츠 실험에 나섰다. 개인방송 플랫폼 치지직에 XR을 결합한 것인데, 이용자 반복 소비를 유도할 동력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VR 헤드셋 보급률이 낮고 콘텐츠 차별성도 제한적이어서 ‘엔팝’과 같은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치지직 XR 콘텐츠. / 네이버

네이버는 11월 6일과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단(DAN) 25’에서 비전 스테이지 부스를 운영하며 삼성전자의 VR 헤드셋(HMD) ‘갤럭시 XR’을 활용해 치지직 XR 시연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자체 버추얼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모션 스테이지’도 공개했다.

갤럭시 XR은 구글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를 탑재한 HMD다. 무게는 545g으로 가격은 269만원이다. 애플 비전프로보다 저렴하고 가볍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 77%를 차지한 메타 퀘스트3보다 비싸고 무겁다.

이 점이 치지직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치지직 XR은 갤럭시 XR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치지직 XR이 제공하는 콘셉트형 공연은 유튜브 등 기존 플랫폼에서도 대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가 2023년 선보인 자체 K팝 차트쇼 ‘엔팝’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엔팝은 기존 생태계와 차별화에 실패했다. 네이버TV 업로드는 중단됐고 유튜브 채널만 남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치지직 XR 팬이 반복 소비할 만한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엔팝과 유사한 한계를 지녔다"고 말했다. 

특히 비슷한 VR 콘텐츠는 이미 SM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리얼라이브나 벤타브이알이 선보였다. 이들은 영화관 상영 방식을 적용해 VR 기기 대여와 극장 음향 설비를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치지직 XR은 이용자가 269만원을 들여 갤럭시 XR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 음향 역시 HMD 내장 스피커에 의존해야 한다.

네이버 XR 콘텐츠 제작 기술의 핵심인 모션 스테이지도 기술적 신선도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네이버는 사옥 1784에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갖추고 버추얼 콘텐츠 제작 지원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층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XR 시장 성장도 둔화됐다. 메타는 VR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 이용자 확장을 강조했지만 2022년 월간 활성 이용자는 2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VR 헤드셋 출하량도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

업계는 이번 치지직 XR을 네이버 자체 수익 사업이 아닌 삼성전자와 구글의 XR 기기·OS 생태계 확산 실험으로 본다. 국내 VR HMD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치지직 XR만으로 네이버 플랫폼 트래픽 확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단발성 시연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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