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이돌 ‘이터니티’ 정규앨범 공개… 펄스나인 “사람과 AI의 협업도 조명해야”

2025-11-10     김경아 기자

“실존 인물 같은 외모를 가진 ‘인공지능(AI) 아이돌’은 소통마저 혼자 결정해서 할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AI 이면의 노력이나 비전을 놓치기 쉽다. 이제는 아이돌까지도 모든 것을 AI로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사람과 AI가 협업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것도 AI 업계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이터니티(IITERNITI)’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가운데)와 가수 이송화(오른쪽)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10일 서울 홍대 키트베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진행된 이터니티 정규앨범 ‘헬로 월드(HELLO WORLD)’ 발매 기념 VIP 프리뷰 쇼케이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11인조 AI 아이돌 걸그룹 ‘이터니티’는 지난 2021년 세상에 첫발을 디뎠다. 박지은 대표는 “당시에는 AI 그래픽의 완성도가 떨어져 현존하는 아이돌과 비주얼을 겨루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버추얼(가상) 아이돌은 만화 형태가 주류였지만,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펄스나인은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해 이터니티 멤버들의 외모를, AI와 가수의 협업으로 목소리를 구현했다. GPT 모델을 활용해 1:1 대화, 영상통화 등을 진행하는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이터니티는 기존 가상 아이돌과 달리 실존 아티스트와 기술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차별화했다. 박지은 대표는 “실제 사람과 같은 형태를 가진 AI가 사고하고 대응하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협력하는 아티스트를 좀 더 내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11일 발매되는 신곡이 최초 공개됐다. 수록곡은 총 11곡으로, AI 기술로 리마스터링한 곡들과 100% AI가 작곡한 곡, 여러 가수가 협업한 곡 등이 포함됐다.

아티스트와의 대화 세션에 참석한 싱어송라이터 이송화(스니키 송) 씨는 “흥미롭고 신기한 개념이라 참여했는데 재밌게 작업했다. 또 다른 페르소나로서 협업해서 좋았다”며 “다른 아티스트들도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송화씨는  멤버 ‘제인’의 목소리와 ‘지우’의 실물 디제잉을 맡고 있다.

최근 작곡 업계에도 AI 활용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송화씨는 “(이터니티의) 노래를 들었을 때 너무 좋아서 물어보니 ‘전부 AI로 만든 곡’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했다”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과 AI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같이 발맞춰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 홍대 키트베러 플래그십 스토어에 마련된 이터니티(IITERNITI) 정규앨범 ‘헬로 월드(HELLO WORLD)’ 발매 기념 쇼룸 내부 / 김경아 기자

AI 아이돌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연예인의 높은 출연료, 사생활 리스크 등으로 제약이 생기는 콘텐츠 제작에 새로운 선택지가 된다는 점이다. 이터니티는 트렌드에 따라 외형이 업그레이드되기도 한다. 일례로 멤버 ‘제인’은 공영방송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 리포터 등으로 활동했으며, ‘사랑’은 지난해 시중은행인 케이뱅크의 퀴즈쇼 진행을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AI를 기반으로 활동해도 11명이 다 함께 활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유닛으로 활동하는 등 수요에 맞추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을 늘리고 멤버들의 얼굴을 더 개성 있게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은 대표는 AI 기술이 연예산업에 접목될수록 제작자들 또한 주목받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AI 아이돌이 점점 더 실제 아이돌처럼 아름다워지고, 24시간 팬들과 다국어로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면서도 “그 이면에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