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험 AI 부정행위 논란… K-AI리터리시 포럼, “AI 시대 교육 바뀌어야”
인공지능(AI)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21세기 필수 생존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리터러시가 교육·직업·일상 전 영역에서 개인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대학가에서 AI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기존 평가 방식과 교육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K-AI 리터러시 미래교육포럼'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오갔다.
대학가 부정행위 속출..."AI시대, 교육 철학 변화 필요 "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학교의 한 대형 온라인 교양 강의에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돼 시험이 전면 무효 처리됐다. 1400명이 수강하는 강좌 중 500명가량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서 문제와 답안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시험은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앞서 연세대학교에서도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유재연 한양대학교 교수(국가AI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는 이날 포럼에서 연이은 대학가 부정행위 사례를 언급하며 "AI는 이미 교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이제는 AI 사용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평가 방식과 교육 철학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실제로 한 대학교에서 600명의 학생을 조사한 결과, 190명이 비대면 시험에서 AI를 사용해 컨닝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며 "코로나를 거치면서 비대면 평가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시험을 꼭 치뤄야 하는가의 본질적인 질문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AI는 이미 교실에 많이 들어와 있고, 학생들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AI 활용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윤리적으로 잘 쓸 수 있게 만드는 환경과 제도를 어른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 찾기 아닌 책임지는 의사결정 능력"… 민관 협력으로 골든타임 잡는다
유재연 교수는 AI 리터러시와 관련해"지금까지 교육이 정답을 맞추는 개념으로 이뤄져 왔다면, 앞으로는 'AI가 제시한 답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AI와 협업하면서도 최종 결과물에 대해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생애주기별 교육 방향도 제시했다. 초등학교에서는 "AI에게 모든 생각을 맡기면 안 된다는 인식"을, 중학교부터는 "비판적 사고로 AI와 논쟁할 수 있는 능력"을, 고등학교 이상에서는 "창의적 요소를 활용해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표를 맡은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또한 "2000년대 초 정부의 선제적 정보화 정책이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성공적 분기점이었다"며 "AI 격변기는 또 한번의 국가 도약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포럼을 개최한 조인철 의원은 "AI 기술·서비스의 격차 해소와 선용을 고민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평생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다"며 "AI 시대로 진입한 지금 학교·직업 현장을 막론하고 모두의 AI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의 혁신적 사고와 공공의 견고한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 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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