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삼성생명 회계, 충분한 의견 수렴"… 당국 온도차
금융위-금감원, 삼성생명·특사경 문제 두고 엇박자 이찬진 금감원장 "특사경 권한 금융위가 제한" 이억원 "원팀 생각 변함없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나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의 ‘회계처리 정상화’ 기조와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금감원이 일탈회계 처리 문제를 국제기준 취지에 맞게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굳힌 가운데 금융위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출입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쟁점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계기준 원칙에 맞추는 것에는 동의하나 여러 의견이 나오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판단에 대해 방향성은 동의하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은 기존 유배당보험의 계약자 몫을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일반회계에 반영해온 처리 방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을 별도 부채로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이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감원은 이를 삭제하고 계약자 몫을 별도 부채가 아닌 일반부채나 자본으로 명확히 표시하는 방식으로 회계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 회계 정상화 시 시장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 보험과가 오는 13일 ‘생보사 일탈회계 간담회’를 개최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회계기준 관련 권한은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연석회의에 위탁된 사안이어서다. 금융위가 별도 간담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실무 논의 중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실무자가 비공개로 여러 가지 의견을 듣는 것은 자기 업무 처리하면서 미치는 자연스러운 영향”이라며 “담당자들이 업무 처리하면서 의견을 파악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 안 미친다고 보는 건 확대해석”이라고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의 ‘절름발이 특사경’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달 2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특사경이 인지 권한이 없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며 금융위가 감독규정으로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45명의 인력을 보유하고도 직접 인지 수사가 불가능해 검찰 재배당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반면 금융위 특사경은 인지권은 있으나 인력이 5명에 불과해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약간씩 다른 의견이 있는 건 건강하고 생산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두 기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 같이 협력하는 기관으로 앞서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처럼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부위원장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위험감당 범위 내에서 자기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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