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분 매각한 소뱅 주가 급락…AI 투자 불안 확산

2025-11-12     이선율 기자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각한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급락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을 마친 후 사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술투자기업 소프트뱅크 주가는 도쿄 증시에서 오전 한때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46% 내린 2만1910엔이었다.

하락세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을 발표한 영향이다. AI 시장의 거품 우려와 투자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는 하루 전인 11일 AI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약 58억달러(약 8조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소프트뱅크 주가는 장중 한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마감 때는 낙폭을 줄여 3.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약 3% 하락했다. 

이번 매각은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 주요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과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 등 AI 신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AI 생태계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마츠이증권 쿠보타 토모이치로 수석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를 매각하고 오픈AI에 올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AI 투자 기대감은 크지만 오픈AI의 수익성 불확실성이 주가 조정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가 하락은 손 마사요시(손정의) 회장이 AI 중심 전략 강화를 선언한 직후 발생했다. 손 회장은 최근 AI 칩 설계,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제조 등 전방위적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오픈AI와 오라클과 함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 중이며,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홀딩스와 협력해 AI 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매각이 단순한 투자 회수가 아니라 향후 AI 인프라 구축과 신규 기술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고토 요시미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시장이 거품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매각은 필수적인 자본 조달 조치였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AI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를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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