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광고 전쟁… 네이버·카카오 AI 대결의 이면

2025-11-13     변인호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AI를 앞세워 ‘광고 생태계 재편’에 나섰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를 심고 있다. 겉으로는 신기술 경쟁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트래픽 확보다. AI를 활용해 더 오래 머무는 이용자를 만들고 이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새로운 AI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이용자의 행동 맥락을 분석해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에이전트N’을 내놨다. 카카오는 AI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를 지향한다.

표현은 다르지만 두 회사의 지향점은 같다. 지금처럼 이용자가 질문형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이용자의 행동과 맥락을 읽어 먼저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런 AI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 사업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쇼핑 부문에 AI를 먼저 투입했다. 네이버는 연례 콘퍼런스 ‘단25’에서 내년 쇼핑 AI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에이전트N’을 단계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의 클릭·검색 이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고 가상 피팅을 돕는다. 이용자가 AI 추천을 통해 더 오래 머물면 네이버는 자연스럽게 광고 노출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AI의 목적은 상품 추천을 넘어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카카오의 전략도 같다. 카카오는 내년 초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정식 출시한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의 대화를 분석해 회식 장소나 선물 추천 등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한다. 회식이 잦은 직장인 밀집 지역 음식점이라면 AI 추천에 자사 매장이 노출되도록 광고나 AI 검색 최적화(AEO)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가 이용자 반발에도 불구하고 업데이트를 강행한 이유도 트래픽과 체류시간 확대를 위해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일평균 체류시간이 24~26분대로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카카오의 목표도 카카오톡 체류시간 20% 증가다. 체류시간이 늘수록 광고 수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트래픽 기반 광고 사업이 주수익원이다. 광고 비중은 각각 전체 매출의 약 34%, 26% 수준이다. 결국 두 회사의 AI 경쟁은 광고 효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의 싸움이다. AI 서비스가 편리할수록 이용자는 오래 머물고, 광고 단가와 수익도 함께 오른다.

이장석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하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상품을 다양한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다”며 “이는 인건비는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전통적인 수익 극대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발전 덕분에 기업이 기존 상품을 더 개인적이고 친밀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 AI가 인간처럼 완벽히 대화하진 못하기 때문에, 이용자 행동과 대화 사이의 행간을 얼마나 정교하게 읽고 채워 넣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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