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AI, SW 기업 실적 견인
AI 시대 본격화, 국내 SW 기업 ‘수익화·성장 선순환 구조’ 구축
인공지능(AI)이 이제 실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사업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3분기 AI 제품 매출 본격화와 공공·기업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두 자릿수 실적 성장을 달성했다.
국내 SW 업계, AI 제품 수익화 성공에 3분기 호실적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올해 3분기 AI 제품 수익화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840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45.7%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한컴 어시스턴트', '한컴피디아' 등 AI 제품군이 본격적으로 실제 매출로 이어진 결과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웹오피스 등 비설치형 제품군에서도 신규 수요가 확대되며 수익 구조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컴은 올해 공공 부문에서 대형 AI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행정안전부 지능형 업무관리 시스템, 범정부 AI 공통 기반 사업, 경기도교육청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 주요 사업을 확보했다. 회사는 연내 '한컴 AI 에이전트'와 '한컴 어시스턴트'를 B2G(Business to Government) 및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에 확산시키고, 내년 초 LG 그램 AI PC에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어시스턴트 엣지'를 탑재할 예정이다.
더존비즈온도 AI 솔루션의 수익성을 증명했다. 더존비즈온이 공시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47억원, 영업이익은 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2%, 영업이익은 73.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0.4%에 달했다.
호실적의 핵심은 기업용 AI 에이전트 '원 AI(ONE AI)'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다. 출시 1년 만에 5800개 이상 기업에 도입되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프라이빗 AI 출시로 공공·금융 등 폐쇄망 환경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개발 및 업무 전반에 AI가 정착하며 외주용역비가 절감되고, 고객사의 AI·클라우드 전환으로 반복 매출이 증가한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더존비즈온은 향후 산업 전반의 AI 전환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AI기반 IT통합 성능관리 기업 엑셈은 3분기 누적 매출 377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AI·빅데이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엑셈은 대형 제조기업과 '우드페커'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며, 신규 대형언어모델 운영(LLMOps) 솔루션을 포함한 A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 엑셈의 종속회사 신시웨이도 올해 3분기 매출 29억6900만원, 영업이익 8억24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 154% 성장했다. 이는 AI 시대 본격화에 따른 클라우드 보안 시스템 구축 수요 증가에 힘입은 성과다.
정보보안기업 이글루코퍼레이션은 3분기 누적 매출 760억원, 영업이익 11억7600만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386억원 손실에서 12억원 이익으로 크게 개선됐다. 확장형 탐지·대응(XDR) 기반 차세대 보안관제 플랫폼(SIEM) 등 AI 보안 솔루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글로벌 빅테크도 AI로 역대급 실적…설비투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AI 수익화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330억달러(약 48조4600억원)로 전년 대비 20% 증가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3분기에 사상 최대인 1023억달러(150조2380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 중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1520억달러(약223조22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니 데스피리토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와 AI 주식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2000년대 닷컴 버블 때와 달리 지금은 주요 빅테크가 실제 이익을 내며 AI가 경제 곳곳에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상위 8개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약 65% 늘어난 4306억달러(약632조37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AI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AI 인프라 투자에 쏟아부으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AI 부문 확장을 통한 매출 구성 다변화는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국내 AI 시장 선점과 해외 현지화 AI 솔루션 제공에 집중해 글로벌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