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협회, 리더십 공백 장기화 조짐… 차기 회장 누구?
여신업권, DSR 규제·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 촉각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가 만료됐지만 차기 회장 인선은 감감 무소식이다. 카드업계가 좀처럼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제도 개편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조율할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14일 여신업권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회추위 구성 자체가 지연되면서 공식적인 인선 절차가 출발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여신협회는 당분간 정완규 회장이 임기 완료에도 불구, 공백을 메우는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정완규 회장은 지난 10월5일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현재도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회추위 구성부터 후보 접수·면접·총회 선출까지 통상 두 달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내 인선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인선 지연 배경으로는 금융당국 고위직 인사 정체가 우선 꼽힌다. 여신협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금융위 및 금감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흐름을 지켜본 뒤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재 금융위는 연말 국장급 인사를 준비 중이며 금감원도 소비자 보호 중심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협회장은 카드사·캐피털사·신기술금융사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조정 역할이 중요한 자리”라며 “당국 인사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야 협회장 인선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수수료 개편처럼 카드사의 수익구조·사업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안이 한꺼번에 몰린 만큼 협회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크다고 주문한다.
금융당국도 여신업권이 처한 환경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특히 하반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사의 선불지급수단 등 새로운 경쟁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사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봐서다.
정종식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지난 11일 2026 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의 신용판매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고 이를 카드론 등 대출로 만회해왔지만 최근 신용대출 여건도 여의치 않다”며 “스테이블 코인이라든지 메이저 플랫폼사의 선불 지급 수단 등 업권 내 경쟁 심화가 나타나면서 (카드업권이) 많이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 ▲금융사 교육세 인상 ▲가맹점 수수료 개편 논의 등 굵직한 정책 이슈들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신업계에서는 업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가맹점 수수료 개편, 대출 규제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업권 특성을 이해하고 정책 당국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봐서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된다.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이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김상봉 한성대 교수 등의 이름도 나온다. 여신협회장은 임기 3년, 연봉 약 4억원 수준으로 금융권 내 선호도가 높은 자리로 꼽힌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후 일정이 조율되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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