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고마워”… 증시 활황에 증권사 실적도 ‘쑥’

대형 10개사 3분기 누적 영업익 8.5조 전년比 24% 급증 한투 ‘2조 클럽’ 눈앞… 미래에셋·NH·삼성·키움 1조원 돌파 위탁매매 수수료 21%, IB 수수료 17%, 운용손익 21% 늘어

2025-11-17     윤승준 기자

증권사들이 ‘사천피’ 시대를 맞이하며 덩치를 크게 불렸다. 줄줄이 3분기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하는가 하면, 한국투자증권은 내친 김에 ‘2조 클럽’까지 눈앞에 뒀다. 금리 인하 사이클과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등 호재성 이슈를 맞아 연말까지 호실적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 뉴스1

17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잠정실적에 따르면 이들 10곳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총 8조5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6조8835억원)과 비교해 23.6% 커진 규모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7조937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9832억원으로 가장 컸다. 한투증권은 영업이익을 1년 전(1조1587억원) 대비 71.2% 늘리며 업계 최초로 연내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어 키움증권이 전년동기 대비 24.5% 증가한 1조1426억원을 올리며 3개 분기 만에 ‘1조클럽’에 입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유 펀드에 대한 매각 수익을 영업외수익으로, 투자자들의 지분 매각분은 영업비용으로 회계 처리하며 3분기 영업이익이 부진했으나 1·2분기 많은 영업이익을 확보하면서 누적 영업이익은 1조694억원으로 업계 3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증권이 1조451억원, NH투자증권이 1조23억원을 올리며 1조원을 돌파했고 그다음 메리츠증권 1조549억원, KB증권 6679억원, 신한투자증권 4626억원, 대신증권 2482억원, 하나증권 1842억원 순이었다. KB증권은 충당금을 1000억원 이상 늘리면서 누적 영업이익이 9.2% 줄었고 하나증권은 매매평가익에서 1685억원 손실을 보며 5.6% 감소했다.

대형 증권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 윤승준 기자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 투자 열기 뜨겁게 달아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시가 오르면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 주 수익원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1~9월 3693조원이었던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체 거래대금은 올 1~9월 4171조원(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합계)으로 12.9% 늘어났다.

잠정실적에서 위탁매매 수수료를 공개한 7개사(미래에셋·한투·NH·삼성·메리츠·신한·키움)를 보면 3분기 누적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별도)은 합계 3조401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013억원) 대비 21.5% 커졌다. 미래에셋증권 6787억원, 키움증권 6091억원, 삼성증권 5028억원, NH투자증권 4250억원, 한국투자증권 4065억원(이자 미포함) 순으로 수수료를 많이 벌었다.

증시 호황은 IB 수수료 수익 확대도 불렀다. 증시가 우호적이면 주식·회사채 발행이 늘어나 증권사는 인수·주관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올해 발행된 IPO·유상증자 주식 규모는 10조30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5% 불어났다. 잠정실적에서 회사마다 IB 수익을 산출하는 기준이 달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으나 7개사(미래에셋·한투·NH·삼성·메리츠·신한·키움)의 IB 수익(2조3348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16.3% 늘었다. 

IB 수익으로 공개한 한국투자증권은 5919억원, KB증권은 3668억원, 메리츠증권 3394억원이었고 IB 수수료(또는 인수·자문수수료)로 공개한 NH투자증권은 3372억원, 삼성증권은 2402억원, 키움증권은 1949억원, 신한투자증권 1399억원, 미래에셋증권 1245억원 수준이었다.

증시 호조로 주식 가치가 올라가면서 증권사의 운용(또는 트레이딩) 손익도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운용부문 수익이 1조732억원으로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이 1조431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그다음 삼성증권 8790억원, NH투자증권 8164억원, 메리츠증권 5537억원, 키움증권 2934억원 순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는 잠적실적에서 운용손익을 따로 떼어내서 공개하지 않았다. 6곳의 합계 운용손익은 4조6588억원으로 전년동기(3조8394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시장에선 주식시장 활황이 4분기에도 지속함에 따라 증권사의 연간 실적도 기대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은 거래 흐름, 고객 자금의 유입과 체류, 딜의 진행이 함께 맞을 때 커지는데 지금은 거래대금이 높고 상장·유상증자 이슈가 쌓이며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는 국면이라서 분명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4일부터 재개한 미국 주식 주간 거래도 증권사 실적엔 호재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전까지 해외주식 약정에서 주간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5~15%로 추정된다”며 “우호적인 투자 심리, 3월부터 국내 증시 거래시간이 확대된 점까지 고려하면 국내외 주식 거래대금 증가 유발효과는 작년 대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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