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연합 vs 애플…XR 시장, 모바일 넘어 새 격전지로
모바일과 TV 시장에서 잠시 휴전한 애플과 구글이 확장현실(XR)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양측은 각각 비전(vision)OS와 안드로이드(Android) XR 플랫폼을 앞세워 상대 진영의 앱을 배제한 폐쇄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애플이 출시한 비전 프로에는 구글의 유튜브, 구글 지도, 크롬이 빠졌다. 삼성전자가 10월 출시한 갤럭시 XR에서는 애플TV, 애플뮤직을 이용할 수 없다. 양 진영이 서로의 핵심 서비스를 차단한 채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삼성·구글·퀄컴, ‘갤럭시XR’로 연합 전선 구축
삼성전자는 10월 22일 출시한 갤럭시 XR을 통해 구글·퀄컴과 함께 XR 시장의 ‘개방형 진영’을 공식화했다.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처음 탑재한 헤드셋이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 구글의 제미나이 AI,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셋이 결합된 구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을 AI와 XR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의 시작점으로 규정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부문 COO는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XR을 기반으로 모바일 AI 비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기기”라고 말했다.
갤럭시 XR은 음성·시선·제스처 인식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AI 기능을 지원한다. 사용자는 제미나이에게 음성 명령으로 유튜브 영상을 검색한 뒤, 시선을 움직이거나 손가락을 맞대는 제스처로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XR 등 구글의 기본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스포츠 중계나 3D 영상 감상 등 몰입형 콘텐츠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B2B 영역에서도 XR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협력해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을 구축했다. MLB·NBA·Adobe·Calm·AmazeVR 등 글로벌 파트너와도 XR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XR 전용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 폐쇄형 생태계 고수…‘콘텐츠 중심’ 전략 강화
애플은 XR 전략에서도 기존 아이폰·맥 생태계와 동일하게 ‘완전 통합·독점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비전 프로는 2022년 ‘위성 SOS’와 같은 네트워크 독립 기술을 적용하며 폐쇄적 플랫폼을 강화해 왔고 콘텐츠 역시 자사 제휴사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애플 진영에 합류했다. 비전 프로 전용 앱을 통해 ‘스타워즈’, ‘해리포터’, ‘마블’ 세계관의 3D 가상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안드로이드 XR이나 메타 퀘스트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HBO맥스 또한 비전 프로에서만 몰입형 VR앱을 제공하며 안드로이드 XR에서는 단순 모바일 버전만 실행된다. 넷플릭스는 세 플랫폼 어디에도 전용 앱을 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애플은 독자적 비전OS 생태계를 구축해 콘텐츠·하드웨어·사용자 경험(UI)까지 직접 통제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적 폐쇄 전략이다.
XR, 모바일 이후 플랫폼 패권 경쟁 무대로
IT 업계는 이번 경쟁을 모바일 OS 이후 의미있는 규모의 플랫폼 주도권 싸움으로 본다. 삼성·구글·퀄컴 연합은 개방형·AI 중심의 XR 생태계를, 애플은 콘텐츠·하드웨어 통합형 생태계를 내세우며 각자의 강점을 키우는 중이다.
IT 매체 플랫패널스HD는 “비전 프로 사용자들은 유튜브의 180도·360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고, 갤럭시XR 사용자들은 애플TV의 3D 영화 300편 이상을 볼 수 없다”며 “모바일 이후의 차세대 주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XR 시장은 애플 대 구글 진영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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