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부진에 보험사 순익 후퇴… 건강보험 출혈경쟁 부작용

생보 보험손익 19%↓·손보 33%↓ 예실차 악화에 車손해율 급등 악재

2025-11-16     전대현 기자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전반적인 수익성 둔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보험영업 부문의 손익이 크게 악화되며 순익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보험 수요 정체가 지속된 가운데 건강보험 중심의 출혈경쟁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증시 호조로 투자손익 회복이 일부 실적을 떠받쳤지만 하락세를 만회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전반적인 수익성 둔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16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손보사 10곳의 3분기 별도 기준 합산 당기순익은 9조0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생보사는 3조5029억원으로 8.0% 감소했고 손보사는 5조5245억원으로 17.7% 줄었다. 보험손익이 급락한 영향이 두 업권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파업 정상화에 따라 지출보험금이 크게 늘면서 장기보험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투자가 살린 생보사, 보험손익 하락폭 완충

생보사 5곳(삼성·교보·한화·농협·신한)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익은 3조5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개별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1조6099억원으로 3.8% 증가하며 업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신한라이프도 5193억원으로 6.9%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3158억원으로 46.0% , 교보생명은 8470억원으로 9.9%, 농협생명은 2109억원으로 14.9%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들 생보사의 보험손익 합계는 2조5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건강보험 판매 경쟁이 강화되면서 지급보험금과 사업비 부담이 동시에 늘어난 영향이다. 이 과정에서 예실차(예상 보험금 대비 실제 보험금 차이)가 악화한 점이 손익을 크게 감소시켰다. 일부 보장성 상품에서는 손실계약비용까지 발생해 보험서비스손익이 하락했다.

회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의 보험손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화생명은 1394억원으로 63.4% 감소했다. 건강보험 중심의 보장성 신계약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술, 진단, 통원 등의 행정 급부 중심으로 사고 보험금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어 농협생명은 3062억원으로 26.5%, 교보생명은 4215억원으로 24.3%, 삼성생명은 1조0929억원으로 7.9%, 신한라이프는 5794억원으로 3.1% 감소했다. 

반면 투자손익은 1조6266억원으로 40.3% 증가하며 순익 하락폭을 상쇄했다.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채권평가익이 개선됐고, 국내외 증시 회복으로 관련 수익이 증가했다. 일부 회사는 부동산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실적을 떠받쳤다.

삼성생명은 페럼타워 매각 영향이 반영되면서 5447억원의 투자손익을 거뒀다. 26.3% 증가한 숫자다. 한화생명은 2218억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교보생명은 6706억원으로 4.1% 증가, 농협생명은 652억원으로 125.7% 증가, 신한라이프는 1243억원으로 82.8% 증가했다. 투자부문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났다.

손보사, 車보험 실적 하락 직격탄… 장기보험 부담도 확대

손보사 3분기 합산 당기순익은 5조5245억원이다.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개별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1조4632억원으로 20.3% 감소했다. DB손보는 1조1999억원으로 23.9% 감소했고, 현대해상은 6341억원으로 39.4% 감소해 손보사 중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1조4511억원으로 2.9% 감소했다. KB손보는 7762억원으로 2.3% 증가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보험손익 합계는 4조2889억원으로 33.3% 감소했다.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대까지 상승하면서 손실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정비수가 인상, 과잉진료, 의료이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 여기에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 재난 영향으로 자동차 침수·파손이 증가하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더 늘었다.

장기보험에서도 입원·간병·질병수술비 등 주요 담보의 손해율이 상승해 예실차가 악화했다. 삼성화재는 1조2863억원으로 19.4% 감소했고 DB손보는 7725억원으로 47.0%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1조0242억원으로 27.0% 감소, 현대해상은 5500억원으로 49.6% 감소, KB손보는 6559억원으로 25.9% 감소했다. 손보업권은 보험손익 하락폭이 생보보다도 더 컸다.

투자손익은 3조1886억원으로 27.6% 증가했다. 금리가 안정되며 보유 채권의 평가손익이 개선됐고 주식·대체투자 수익도 회복세를 보였다. 투자손익 증가가 순익 하락폭을 일부 완충한 셈이다.

특히 KB손보는 3941억원으로 172.9%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DB손보는 8897억원으로 43.6% 증가했고, 메리츠화재도 9297억원으로 55.0% 증가했다.

현대해상은 3242억원으로 2.0% 증가했고 삼성화재는 6509억원으로 20.4% 감소해 역행 흐름을 보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