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5년간 국내 125.2조 투자… “사상 최대 규모”

2025-11-16     이성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투자 계획은 2021년~2025년 국내 투자한 89조1000억원을 36조1000억원가량 넘는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25조2000억원을 연평균 투자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조400억원으로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 17조8000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투자금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및 경상투자에 각각 38조5000억원, 3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중장기 투자는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 경제 기여에 초점이 맞춰졌다.

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실증센터 설립

우선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관련해 AI 모델 학습·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AI 데이터센터는 피지컬(Physical) 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

또 피지컬 AI의 산업현장 투입 전 신뢰성을 최종 검증하는 실증센터인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를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사업 영역을 로봇 제품 자체 생산부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까지 확장한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분야에 대한 R&D도 적극 지원한다.

수소경제 조기 전환과 신규 공장 건설

현대차그룹은 그린 에너지 생태계와 관련해 서남권에 1기가와트(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를 짓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국내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PEM 수전해기 및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AI, 수소, V2X 등 신기술을 접목시킨 수소 AI 신도시가 조성되도록 투자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국 각지 완성차 공장 및 부품 공장에 향후 5년간 수십종의 신차 투입을 위한 라인 고도화를 위해 지속 투자한다.

신규 공장도 짓는다. 오는 2026년 현대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을 준공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 화성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며 고로 효율 향상 투자에도 수천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를 전국에 확대 설치한다.

1차 협력사 관세 전액 지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실제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법인(HMGMA)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해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총 지원 규모는 향후 1차 협력사의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직접 거래가 없는 5천여 개의 2·3차 중소 협력사까지 포괄해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또 국내 자동차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의 원자재 구매와 운영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하고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다”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