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금융 플랫폼 ‘빅딜’ 두나무-네이버 합병… 8부 능선 넘는다

이달 26일 주식 교환 안건 상정 예정

2025-11-21     정서영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지분 인수를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 논의가 본격화되며 양사의 지배구조 재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회사 합병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금가분리(금융사와 가상자산 업체 분리) 규제 역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나무와 네이버 금융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 챗GPT

21일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기준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은 전일 대비 10.8% 상승한 3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이달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재 두나무는 네이버 금융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을 확보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될 전망이다.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 1주당 두나무 3~4주가 유력하다.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와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협력사항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주식교환이 성사되기 위해선 우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70%, 미래에셋그룹이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 통과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과 김형년 부회장 등 경영진 지분 38.6% 외에 추가로 27%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부분이 합병 절차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두나무의 주요 주주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59%, 우리기술투자 7.20%, 한화투자증권 5.94% 등이다.

이후 주총 절차를 마무리해도 실제 주식교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규제 검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 과정들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의 합병에는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규제가 최대 걸림돌로 평가됐다. 금가분리 원칙은 은행·보험사 등 전통적인 금융사가 가상자산 회사에 출자·협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다. 법에는 명시되지 않지만 지난 2017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이후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은 금가분리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미국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수탁업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흐름을 참고해 금가분리 규제 방향성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지난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금가분리 규제가 현재 행정지도 형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금융사가 일부 가상자산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 글로벌 흐름과 국내 금융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가분리 완화 여부를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와 두나무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신고 의무 대상 기업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보는데, 양 사의 사업이 겹치지 않는 만큼 경쟁 제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웹3 생태계 확산에 대비한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된다. AI와 블록체인이 금융 인프라 전반을 재구성하는 흐름 속에서 양 사는 스테이블코인 등 확산에 맞춰 조기에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등 핵심 사업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핀테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 구조와 잇따른 제재로 인해 사업 다각화와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두 회사의 결합은 이러한 한계를 상호 보완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네이버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결합하면 시너지는 더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AI가 스스로 거래와 정산을 수행하는 ‘온체인 에이전트’ 개념 구현까지도 가능해진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2026년은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두나무 인수라는 구조적 모멘텀까지 더해질 시기”라며 “AI를 활용해 검색·커머스·핀테크 등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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