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첫 성능 평가… “내년 1월 컨소시엄 첫 탈락팀 나온다”
네이버·업스테이지·SKT·엔씨·LG 5개 컨소 두 곳에 GPU 사용 몰려 형평성 논란 제기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이 내년 1월 첫 분기점을 맞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사업 평가 기간을 각 컨소시엄에 통지했다고 20일 밝혔다.
첫 성과 평가는 2026년 1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며, 이 평가에서 첫 탈락 팀이 결정된다. 글로벌 선도 모델의 성능 95% 이상 확보를 목표로 출범한 이번 사업은 총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정부는 올해 8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엔씨AI, LG AI연구원 등 5개 컨소시엄을 정예 개발팀으로 선정했다. 연말까지 모델 개발을 완료한 뒤 1월 평가를 받는 일정이지만, 일부 컨소시엄은 GPU를 임대해 쓰는 구조적 제약으로 초기 모델 학습 착수가 늦어지며 일정 압박이 크다고 토로한다.
최신 GPU인 엔비디아 B200·H200의 조기 최적화와 시스템 정합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학습 시작이 8월 말 또는 9월로 밀린 곳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 구조 역시 컨소시엄 간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민간 GPU 부족을 고려해 네이버클라우드(H200 1000장)와 SK텔레콤(B200 1000장)의 GPU 물량을 ‘GPUaaS’ 형태로 나머지 팀에 공급하도록 설계했다.
업계에서는 “GPU를 제공한 두 곳이 초기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사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초기 세팅과 업체별 여건 차이를 반영해 평가 시점을 조정한 것일 뿐 일정 자체가 계획에서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5개 컨소시엄의 모델 규모, 개발 목표, 기술 콘셉트가 모두 달라 공정한 공통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각 컨소시엄의 개발 철학과 접근법이 차이가 큰 만큼, 단일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 적합한지에 대한 내부 논의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6개월마다 단계 평가를 거쳐 2개 팀만 최종 선정하는 ‘서바이벌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내년 1월 평가는 이 경쟁 구조의 첫 탈락 팀이 나오는 관문으로, 국내 AI 생태계의 기술적 역량과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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