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신작의 저주’ 넘어설까… 시험대 오른 ‘아이온2’
엔씨소프트가 또다시 ‘신작의 저주’에 빠졌다. 신규 타이틀을 공개할 때마다 흥행 기대감이 소멸해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이 이번 ‘아이온2’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아직 출시 초기 단계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아이온2 출시 첫날 전일 대비 15% 하락한 19만1700원으로 마감했다. 약세는 이튿날인 20일에도 이어졌다.
관련업계는 이를 두고 ‘신작의 저주’라고 봤다. 신작의 저주란 신규 게임 출시 전 투자자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가 게임 출시 후 흥행 성과와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말한다. 기대감이 클수록 하락폭도 큰 흐름을 보인다.
실제 트래픽 지표는 긍정적이다. 아이온2는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했다. PC방 점유율에서도 6위에 진입했다. 이용자 반응도 모바일과 PC 플랫폼에 따라 엇갈리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최근 게임을 플레이 한 이용자는 “커스터마이징이 세밀하고 전투 타격감을 잘 살렸다”고 말했다. 대만의 한 이용자는 “약 5시간 동안 플레이를 했고 배경음악과 세계관이 원작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다”라고 호평했다.
다만 모바일 이용자는 조작 편의성이 다소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전투가 지원되지 않는 아이온2는 이동부터 스킬 사용까지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한 이용자는 “모바일로 플레이할 경우 공격과 회피도 신경 써야 한다. 스킬도 계속 눌러야 해 피로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하락을 두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보였다. 과거 반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 직후 주가가 약 11% 하락했다. 하지만 첫날 매출 107억원, 높은 리텐션(잔존율)을 기록하며 석 달만에 30% 반등에 성공했다. 리니지W 출시 때도 엔씨소프트 주가는 첫날 약 12% 하락했으나 첫 주 누적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주가를 회복시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가 19일 오후 5시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7위(한국)·22위(대만)를 기록했다. 아직 실패를 언급하긴 이르다”라며 “출시 이틀 정도가 지나면서 구글플레이 매출순위에 반영될 예정인데, 만약 상위권을 기록할 경우 현재의 우려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온2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만큼 단기적인 매출 지표보다 이용자 트래픽(잔존율)를 눈 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 하락 등 신작 초기 잡음은 대형 MMORPG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라며 “패스, 구독형 상품은 단기적인 수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이용자 트래픽을 유지할 경우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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