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하나만 보고 달린” 국내 부품사…긴장감 최고조 [흔들리는 애플 제국②]

2025-11-24     이선율 기자

애플의 전략 축이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부품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애플은 판매 부진과 품질 논란으로 위상에 금이 간 상태다. 아이폰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애플 실적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에 놓여 있다. 애플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챗GPT

애플 성과는 곧 부품사 수익 성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대표 부품사들은 애플 아이폰에 다양한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각 사의 애플 매출 비중은 다르지만, 애플의 판매 성과가 이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흔들리면 곧바로 각 부품사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매출처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실제로 기업마다 매출 구조가 얼마나 다변화돼 있느냐에 따라 실적 변동 폭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부품사 중 애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는 LG이노텍이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애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생산량 변화는 실적 변수로 작용한다.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2.5% 급감했다. 반면 3분기에는 애플 신제품 효과로 영업이익이 203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56.2% 급증했다. 이처럼 분기별 실적 격차가 큰 이유는 애플 매출 비중이 높은 광학솔루션 사업부 성과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 모듈,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등 다른 고객사에도 같은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카메라 모듈 공급처도 다양화돼 있어 LG이노텍에 비해 매출 구조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2분기 2130억원에서 3분기 2603억원으로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애플, 공급망 넓혀 단가 인하 압박도…韓,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급

디스플레이 업계 또한 애플 매출 의존도가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약 30~40%를 애플에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공급 제품은 아이폰 및 맥북용 OLED 패널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거래 비중이 큰 만큼 영향력이 크다. 2026년 공개가 예상되는 첫 폴더블 아이폰 프로젝트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패널의 단독 공급사로 낙점되며 핵심 파트너십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따라서 폴더블 아이폰의 출시 시기와 성패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장기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폴더블 아이폰 출시가 2027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행보를 주시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가 분석한 '2026년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전망'에 따르면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1억2500만대, LG디스플레이는 751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억2000만대(폴더블 1000만대), LG디스플레이가 8500만대 수준의 공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품사들이 애플의 흥망성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 비중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급 단가와 물량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애플은 최근 수년간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카메라·배터리 공급사 비중을 확대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국내 부품사들의 단가 인하 압박을 키우는 동시에, 언제든 공급 물량이 조정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를 예로 들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BOE와 삼성디스플레이간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승리했지만, 애플은 이번 판정이 자사 제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며 삼성에 대한 의존도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삼성, BOE, LG디스플레이 간 경쟁 구도를 유지해야 가격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부품사들은 그간 ‘슈퍼 고객’ 애플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의 성장 둔화와 공급망 전략 변화로 인해, 예전처럼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에는 애플 외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인 생존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