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쇄신 대신 안정 택했다…DS·DX 2인 체제 굳힌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예상됐던 ‘대폭 개편’은 없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핵심 사업을 맡아온 기존 리더 체제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AI 경쟁 심화와 반도체 반등 국면이 겹친 시점에 안정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사업 직접 챙기는 ‘2인 대표’ 체제 유지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1명과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인사를 21일 단행했다. 전영현 부회장(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과 노태문 사장(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라는 양대 축을 지탱해온 두 수장이 내년에도 메모리사업부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직접 챙기며 실적 반등 흐름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 상설화하고 박학규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에 앉히면서 대폭 개편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사장단 인사는 경영 안정 기조를 우선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그는 DX부문장과 MX사업부장을 겸임한다. 노 사장은 갤럭시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기술·제품 전략가다. 올해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TV와 가전 등 세트 사업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MX사업부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회사는 핵심 사업을 직접 이끄는 체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도 메모리사업부장을 그대로 맡는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지만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고 D램 점유율을 회복하며 반등 분위기를 만들었다. 회사는 AI를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된 현 시점에 전 부회장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 경쟁력 회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 폭 최소화…AI·기초과학 리더십엔 외부 인재 위촉
삼성전자는 반도체 R&D의 핵심 조직인 SAIT 원장에 외부 인재를 새롭게 위촉했다.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하버드대 석좌교수 박홍근 교수가 사장급으로 합류해 차세대 HBM과 AI 메모리와 양자·뉴로모픽 등 미래 디바이스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회사가 해외 석학을 최고 기술 책임 라인에 배치한 배경에는 ‘근본적 기술력 복원’을 강조해온 전영현 부회장의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에는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이 복귀했다. 윤 사장은 MX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AI와 로봇과 바이오와 반도체에 걸친 투자 경험을 갖고 있어 DX부문의 ‘AI 전환’ 속도를 높일 적임자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를 통해 안정 기조를 선택한 만큼 내년에는 핵심 사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제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은 HBM4 개발과 2나노 파운드리 양산 안정화와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DX부문은 수익성 회복이 최우선으로 TV와 가전의 실적 반등과 XR 기기와 3단 접이식 트라이폴드 등 신제품 안착이 관건이다.
AI 시대에 맞춰 조직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핵심 과제다. DX부문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와 SAIT·삼성리서치 중심의 기초·원천기술 확보가 앞으로 삼성 성장의 열쇠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한다. 회사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당겨 인사를 빠르게 마무리한 만큼 2026년 사업 전략 실행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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