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파 발언에 코스피 4% 급락… 신용융자 올라탄 개미들 ‘덜덜’
외인 순매도 물량 2.5조… 3800선 후퇴 SK하이닉스 –9%, 삼성전자 –6% AI 고평가 부담도 악재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하며 한 달 만에 3800선까지 밀려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따른 금리 인하 불확실성, 인공지능(AI) 기업의 고평가 부담 등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빚투(빚내서 투자)’ 잔액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가운데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반대매매에 따른 투자자 손실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79%(151.59포인트) 내린 3853.2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800선으로 내려간 건 10월 22일(3883.68) 이후 한 달 만이다. 장중 한때 3838.46까지 추락하며 4%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사는 장세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2조5928억원의 매물을 내던지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11월 들어 순매도한 규모만 11조원이 넘는다. 이날 외국인이 팔아치운 종목은 SK하이닉스(-1조2221억원), 삼성전자(-7980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였다. 개인은 이날 2조1374억원 순매수하며 일부 방어했다. SK하이닉스(1조521억원), 삼성전자(7925억원) 등 외국인 순매도 종목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팔자’에 대형주 대부분이 초토화됐다. SK하이닉스가 8.76% 내려가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고 삼성전자(-5.77%), 두산에너빌리티(-5.92%),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3%)도 5% 이상 하락률을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 –3.51%, 현대차 –0.95%, HD현대중공업 -4.80% KB금융 –0.58% 등도 하락 마감했다. 시총 상위 30개 종목 중 상승 마감한 기업은 6곳(기아, 셀트리온, NAVER, 신한지주, 고려아연, 삼성화재)에 불과했다.
코스피 급락은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우리의 목표는 2%”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통화정책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당분간 제한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12월 금리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당연한 줄 알았던 12월 금리 인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악재로 다가왔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 달 전 1.7%였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동결 가능성은 현재 64.6%로 뛰었다. 0.25%포인트 인하는 35.4%로 거의 절반이다.
AI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도 반도체 기업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한국 시장엔 악재였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에도 매출 채권이 급증했다는 점이 부각되며 전날 미국 기술주들의 낙폭이 컸다”며 “리사 쿡 연준 이사가 공개 연설에서 ‘주식 등 고평가된 자산 가격들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발언한 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 손실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신용거래융자로 산 주식 가격이 담보 가치가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부르는데 증권사가 다음 날 시초가로 강제 매도해 투자자가 입는 손실은 크다.
4200이었던 코스피가 3800선으로 내려왔으나 신용거래융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8471억원으로 지난달 말(25조5269억원) 대비 1조3000억원 이상 불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대매매 금액도 이달 들어 20일까지 2182억원 쏟아졌고 월말까지 6거래일일 남았음에도 지난달 전체 반대매매 금액(1351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변동성 확대 시 반대매매 물량이 더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조정이 끝나면 우상향할 것이란 데 믿음은 여전하지만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일주일만 무너져도 견딜 수 없는 수준이고 시장이 흔들렸을 때 손실 폭이 더 커져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변동성이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용보다 현금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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