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마력에 실용성까지 갖춰… BMW X6 M 컴페티션 [시승기]

BMW, X6 M으로 고성능 쿠페형 SUV 세그먼트 개척 물리 버튼 적은 실내, 고속 주행 시 시선 이동은 단점 V8 엔진과 하이브리드 조합… 625마력 2.4t 무게 가볍게 움직여

2025-11-23     허인학 기자

BMW의 고성능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6 M 컴페티션’(이하 X6 M)은 단순히 ‘M5 엔진을 얹은 SUV’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SUV의 실용성과 쿠페의 감각적인 라인, 고성능 M 브랜드가 지향하는 폭발적 성능이 하나의 차체 안에서 정교하게 융합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X6 M은 주행 상황에 따라 성격을 극적으로 바꾼다. 일상 주행에서는 대형 SUV처럼 순한 모습을 보이다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M 모델 특유의 본성을 드러내며 운전자를 완전히 다른 주행 세계로 이끈다.

BMW X6 M 컴페티션 전측면. / 허인학 기자

X6 M은 BMW가 쿠페형 SUV 시장을 연 X6 라인업의 최정점에 놓인 모델이다. BMW는 2008년 X5 플랫폼을 기반으로 쿠페 실루엣을 적용한 X6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출시 당시만 해도 SUV와 쿠페의 조합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X6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BMW는 2009년 X6의 고성능 버전인 X6 M을 출시하며 퍼포먼스 라인업을 SAC 영역까지 확장했다. X6 M은 세대 변경과 두 차례 부분변경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독보적 존재감의 외관… 쿠페형 SUV의 ‘정석’

BMW X6 M 컴페티션 전면. / 허인학 기자

X6 M은 강한 첫 인상을 전달한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적용한 SUV라는 형태가 이제는 시장에 익숙해졌지만, X6 M이 주는 분위기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번에 시승한 두 번째 부분변경 모델은 디자인 디테일 조정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BMW X6 M 컴페티션 키드니 그릴. / 허인학 기자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한층 강조됐다. 이전 세대가 굵은 선으로 볼륨감을 드러냈다면, 현행 모델은 날렵한 면을 강조해 움직임의 긴장감을 높였다. 대형 키드니 그릴은 가로 요소가 강화돼 차량의 와이드한 인상을 부각한다. LED 헤드램프 내부의 주간주행등은 세로 형태로 변경돼 전면부 인상이 더욱 선명해졌다.

BMW X6 M 컴페티션 측면. / 허인학 기자

측면에서는 쿠페형 SUV의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반대로 높아지는 벨트라인이 매끈한 실루엣을 만든다. M 전용으로 확장된 펜더는 차체의 안정감과 볼륨을 강조한다. 휠은 앞 21인치, 뒤 22인치이며, 타이어는 X6 M 전용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앞 295/35ZR 21, 뒤 315/30ZR 22)가 적용된다. 차체 크기는 길이 4950밀리미터(㎜), 너비 2020㎜, 높이 1695㎜, 휠베이스 2970㎜다. 동급인 X5 M과 비교하면 너비는 5㎜ 넓고 높이는 65㎜ 낮다.

BMW X6 M 컴페티션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후면부는 안정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갖췄다. 테일램프는 가로 배치로 넓은 차폭을 강조하고, 트렁크 리드에는 얇은 스포일러가 얹혔다. 하단 범퍼는 대형 디퓨저와 쿼드 배기구(좌우 2개씩)를 적용해 고성능 모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고급스러움 위에 더해진 M의 디테일

BMW X6 M 컴페티션 실내. / 허인학 기자

BMW의 ‘M’ 브랜드는 모터스포츠에서 출발한 고성능 전문 부서다. 엔진·섀시·서스펜션·브레이크 등 차량 전반을 스포츠카 수준으로 재설계해 ‘일상에서 즐기는 트랙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단순한 출력 강화가 아니라 주행 정밀도와 균형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철학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X6 M이 ‘크고 빠른 SUV’를 넘어선 모델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BMW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실내는 고급 소재와 섬세한 마감을 기반으로 M 특유의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요소가 균형 있게 배치됐다. 곳곳의 탄소섬유 트림과 조수석 앞쪽을 가로지르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시각적 만족도를 높인다.

BMW X6 M 컴페티션 클러스터. / 허인학 기자

기본 구성은 일반 X6와 동일하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높고 구성이 명료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강한 햇빛 아래서도 잘 인식되며, M 모드에서는 스포츠 주행 정보를 강조해 표시한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반응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물리 버튼이 줄어든 만큼 고속 주행 중 조작은 불편함이 있다. 공조나 시트 온도 조절 등을 위해서는 화면 조작이 필요해 시선 이동이 생길 수 있다.

BMW X6 M 컴페티션 변속 레버. / 허인학 기자

변속레버 주변에는 M 모드, 배기, 오토 홀드, 차량 설정 등 기능 버튼이 배치됐다. M 버튼과 카본 패들시프트가 포함된 M 전용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지정한 주행 설정을 버튼 한 번으로 즉시 호출할 수 있게 해준다.

BMW X6 M 컴페티션 트렁크 공간. / 허인학 기자

공간감은 충분하다. 쿠페형 루프라인으로 인해 X5 M보다 머리 공간이 다소 줄었지만, 체감상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0리터(L), 2열 폴딩 시 1525L까지 확장된다.

 

V8 엔진이 만들어내는 ‘SUV의 한계 너머’

BMW X6 M 컴페티션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X6 M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난다. 시동과 동시에 들려오는 V8 엔진 특유의 고동은 운전자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2.4톤(t)이 넘는 차체는 강력한 V8 엔진과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 조합으로 의외로 가볍게 움직인다. MHEV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시동 과정도 이전 모델보다 부드러워졌다.

BMW X6 M 컴페티션 4.4L V8 트윈파워 터보 엔진. / 허인학 기자

X6 M은 V8 4.4L M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MHEV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625마력, 최대토크 76.5킬로그램미터(㎏·m)를 낸다. 수치상 강력함을 넘어 높고 큰 차체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출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운전자는 과도한 긴장 없이도 조작할 수 있다.

일상 주행에서도 불편함이 거의 없다. 대형 고출력 SUV임에도 실용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족 중심 용도라면 X6 40i나 M60i 같은 하위 모델이 더 적합할 수 있다.

BMW X6 M 컴페티션 M 전용 휠. / 허인학 기자

주행 모드의 차이도 뚜렷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일반 SUV처럼 부드러운 속도 전개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M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노면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충격을 적절히 걸러내 장거리에서도 피로감을 최소화한다.

BMW X6 M 컴페티션 운전석. / 허인학 기자

M 모드에서는 차량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스로틀 반응은 예민해지고 배기음이 강화되며 차량은 즉각적인 주행 준비 상태로 전환된다. 회전수 5000rpm을 넘어가면 엔진 출력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며 강력한 순간 가속력을 제공한다.

M xDrive 시스템은 전·후륜에 동력을 정교하게 배분해 코너 주행 시 바퀴가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고 밀어내는 힘을 뜻하는 트랙션을 극대화한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며 코너 진입부터 탈출까지 매끄러운 라인을 유지한다.

BMW X6 M 컴페티션 후측면. / 허인학 기자

BMW X6 M은 단순한 고출력 SUV가 아니다. BMW의 기술력과 설계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자, 고성능 SAC 세그먼트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유지하는 차량이다. X6 M 컴페티션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9390만원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