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소셜미디어 속 여론 [홍기훈·류지예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작품은 보통 그 자체로 이질적이고(unique and heterogeneous),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를 책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작가의 재능과 명성, 작품의 재료와 크기, 시대적 트렌드, 미술사적 중요성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예술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감정적인 요인이 작동한다. 바로 ‘여론’이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은 예술시장에서의 의견·평가 데이터(sentiment data)가 실제 가격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와 미국 남플로리다대 공동 연구진은 무려 1만8000여 점의 회화 거래 기록에 X(구 트위터) 50만 건의 의견·평가 데이터를 결합했다. 여기에 뉴욕 타임스의 예술 기사와 전문 평론가들의 온라인 언급을 더해, 예술시장에서 전문가·언론·대중이라는 세 층의 의견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정확한 논문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Pimenova et al.(2025)의 The Influence of News, Expert and Public Opinion on Painting Prices: An Empirical Analysis를 살펴보자.)
논문은 헤도닉 가격모형(hedonic model)을 이용해 작품의 물리적 특성(크기, 재료, 서명 여부 등), 판매 환경(경매회사, 시기, 위치 등), 작가의 명성 등 모든 변수를 통제한 뒤 여론 변수의 효과만을 따로 추출했다. X 게시물은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정도로 수치화됐고, 뉴욕타임스 기사와 평론가의 게시글은 전문가·언론 집단의 의견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부정적인 전문가 평가는 가격 하락과 강하게 연결됐, 긍정적인 평가는 오히려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언론의 부정적 논조 역시 마찬가지로 낙찰가를 낮췄으며, 반대로 대중의 긍정적인 언급은 가격 상승을 유의하게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전문가의 찬사는 더 이상 시장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비판’은 여전히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중의 반응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익명의 X 이용자들이 남긴 짧은 언급, 간단한 좋아요와 공유가 실제 거래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결과는 예술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예술의 권위가 소수 전문가와 평론가에게 있었다면, 이제는 다수의 여론 또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한편, 투자자 집단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연구진은 재판매 의도를 투자 성향의 대리변수(proxy)로 사용해 한 번 이상 다시 거래된 작품을 투자 목적의 구매로, 한 번도 재판매되지 않은 작품은 비투자 목적(소장용)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투자자들은 전문가나 언론의 부정적 평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했지만, 대중의 긍정적 평가는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시장의 낙관적 분위기보다는 전문가의 신호를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결국 예술시장은 더 이상 조용한 살롱이 아니다. 그곳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평가가 오가고, 클릭과 댓글, 트윗과 기사 제목이 가격 형성의 일부가 되는 ‘감정의 시장’이다. 작품의 가치는 시장 참여자들의 정서와 반응, 그리고 그 반응이 증폭되는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새롭게 계산된다. 예술의 평판이 단지 미학적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와 결합된 사회적 산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우리가 있다. 누군가의 “멋지다” 한마디가 경매장의 숫자를 바꾸고, 또 다른 누군가의 “별로다”는 수백만 달러를 증발시킨다. 예술의 권위가 분산된 대신, 감정의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모든 작품은 결국 ‘말해지는’ 순간에 시장 안으로 들어온다. 그 말이 칭찬이든 비판이든, 가격은 그에 반응한다.
이제 예술가는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세상의 평가를 민첩하게 읽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는 단순히 창작자가 아니라, 여론의 흐름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품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고민하는 전략가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예술의 순수성과 시장의 전략성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창작의 의미와 가치의 기준을 다시 묻게 된다.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평가를 받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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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연구원은 경북대학교 경영대학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rjy1524@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