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 자체 결제로 ‘탈 앱마켓’… 인디는 여전히 구글·애플 올가미
게임업계가 구글·애플 앱마켓의 최대 30%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PC 런처 기반 자체 결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크로스플랫폼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대형사 중심의 ‘탈 앱마켓’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반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인디게임사는 구글·애플 의존도가 여전해 업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신작 ‘아이온2’ 출시에 맞춰 PC 런처(퍼플) 결제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출시 후 전체 매출의 약 90% 이상이 PC 런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기존 흥행작에도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자체 결제 비중의 구체적 목표치는 없으나, 기존 30%에 달하던 인앱 수수료를 약 10% 수준으로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넷마블과 넥슨 역시 자체 결제 시스템 도입에 적극이다. 넷마블의 3분기 영업이익 반등 배경 중 하나로 지급수수료율 감소가 지목됐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레이븐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주력 타이틀에 PC 런처 결제를 적용 중이다. 이외 넥슨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프라시아 전기’, ‘히트2’, ‘마비노기 모바일’ 등에 최근 출시된 게임들 중심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이 도입된 상태다.
반면, 중소·인디 개발사들은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됐다. 자체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할 자본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영기 한국인공지능게임협회(구 한국인디게임협회) 부협회장은 “인디 게임사는 당장의 출시 여부조차 불투명해 개발 외적인 부분에 리소스를 투입하기 어렵다”며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앱마켓 수수료 감면 제도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혜택은 미미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케팅 역량 격차 또한 인디 게임사의 앱마켓 의존도를 높이는 주원인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앱 개발사의 구글 플레이 이용률은 96.4%, 애플 앱스토어는 71.3%로 나타나 거대 플랫폼 종속 현상이 뚜렷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 등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유저 접근성과 글로벌 확장성 면에서 양대 앱마켓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결국 홍보 창구와 마케팅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 개발사는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를 동시에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연평균 매출의 최대 50%를 구글과 애플에 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대형 게임사의 ‘탈 앱마켓’ 전략이 확산되는 반면, 인디·중소 개발사는 제도·시장 구조상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한다. 앱 마켓의 직접적인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세 게임사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다.
인앱결제 분쟁을 대리 중인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수수료 문제로 자생력이 부족한 인디게임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창작과 혁신이 핵심인 게임 산업에서 중소 게임사의 비용 경쟁력 약화는 결국 소수 대형사 중심의 시장 고착화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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