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 D램이 새 변수…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응 총력

2025-11-25     이선율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 수요가 동시에 치솟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자 D램 공급이 줄었다. 이로 인해 D램 가격이 급등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내년도 메모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구조로 빠르게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라인을 조정하고 신규 팹 가동 계획을 앞당기며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25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1.35달러였던 D램 가격은 지난달 말 7달러로 5배 가까이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거나 메모리 소매 가격이 더 상승하면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램 현물 가격도 최근 한 달 새 급등하는 추세다. DDR4(16Gb·2Gx8 기준)의 지난달 말 현물 거래 가격은 9월 13.2달러에서 10월 25.5달러로 뛰었다. 최신 D램인 DDR5 가격도 7.7달러에서 15.5달러로 두 배로 급등했다.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메모리 시장 전반에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HBM 중심의 AI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메모리 업체들은 첨단 제품과 범용 제품 모두에서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단됐던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P5) 건설을 최근 재개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인프라 확대가 HBM4와 DDR5 수요를 크게 늘릴 것으로 판단했다. P5에서는 HBM4와 DDR5 등 첨단 메모리가 생산된다. 본격 가동 시점은 2028년이다.

P5는 HBM과 범용 D램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복합 라인으로 설계됐다. 이 라인은 시장 상황과 수익성에 따라 생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업계는 DDR5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삼성전자가 해당 라인을 통해 범용 D램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HBM과 범용 D램 간 상대적 수익성을 고려해 추가 증산 규모는 시황을 모니터링하며 적정 수준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선단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며 범용 메모리 대응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D램 신규 생산기지’인 청주 M15X의 클린룸을 조기 오픈해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현재 건설 중인 용인 클러스터 1기 팹도 당초 계획한 2027년 5월보다 앞당겨 조기 가동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약 600조원을 투입해 4기 팹이 들어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립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490%로 높였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재고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DDR5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되자마자 고객에게 출하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건전한 재고를 유지하면서 고객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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