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빅딜’ 더존비즈온, 성장 기대 속 데이터 주권 논란

2025-11-25     홍주연 기자

스웨덴계 글로벌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가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더존비즈온지분을 1조3000억원 규모로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프트웨어(SW) 업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확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18만여개 국내 기업의 민감한 경영 정보를 다루는 기업에 외국 자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더존비즈온 사옥 전경. / 더존비즈온

24일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이 보유한 23.2% 지분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14.4% 지분 등 37.6%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는 12만원으로, 직전 종가 대비 28.5%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된 더존비즈온의 기업가치는 3조7300억원 수준으로, 국내 SW 업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시장 지위·AI 전환 역량 강점… 해외 진출 기대감도

EQT파트너스가 높은 가치를 제시한 배경에는 더존비즈온의 시장 지위와 인공지능(AI) 전환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ERP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세무회계 SW 분야에서는 오랜 기간 우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세무·회계 제도에 맞춰 개발된 솔루션 특성상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147억원, 영업이익 3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8.2%, 영업이익 73.4% 증가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결 실적은 컨센서스 대비 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신규 판매 확대로 라이트 ERP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고, 아마란스10의 신규 고객 유입으로 스탠다드 ERP 부문은 49.4%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EQT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력이 더존비즈온의 해외 시장 확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QT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ERP 시장 진출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존비즈온은 신년 사업계획서 역시 지난해 토대를 이어가는 형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만여 기업 정보 관리'… 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우려도

다만 해외 사모펀드가 더존비즈온의 주요 지분을 확보하면서 '데이터 주권'과 '고객정보 보호'와 관련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전국 18만여개 기업의 회계·세무·인사·거래 내역 등 핵심 경영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이다. ERP 시스템에는 급여, 인사기록, 계약 내역 등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될 경우 해당 펀드가 지배하는 다른 계열사와 고객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약관에 지분 변동 시에도 동의가 유효하다는 조항이 명시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수 후에는 새로운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통해 법적 하자 없이 진행하겠지만, 최근 데이터를 가공해 마케팅이나 수익 극대화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인수합병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전에 대한 별도의 사전 검토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교수는 "현재는 고객에게 변경 사항을 고지하면 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범죄 행위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은 관리하지만, 합법적인 인수합병 시 정보 활용 범위에 대한 통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적자원(HR)·경영관리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매각이 잇따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 주권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EQT는 리멤버 운영사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외국인투자 승인을 담당하는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데이터 이전 검토 등 관계당국의 심사 절차가 향후 진행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인수합병 시 개인정보 양도·양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전심사제나 영향평가 같은 제도적 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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