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밑작업 돌입 SPC… ‘형제 시대’ 본격화되나
지주사 체제 구축으로 3세 승계 속도
SPC그룹이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 구축에 들어가면서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파리크라상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지주사 체제가 세워지면 3세들의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PC그룹은 지난 24일 파리크라상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동시에 파리크라상의 100% 자회사인 SPC㈜와의 합병 절차도 진행한다. SPC㈜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법무·홍보 등 업무를 위탁받아 지원하는 회사로, 합병 이후에도 기존 기능은 유지된다.
SPC그룹은 “합병과 분할 과정에서 인력은 포괄적으로 승계되기 때문에 직원의 임금, 근로 조건, 복리후생, 퇴직금 등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연내 물적분할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신설 법인의 명칭과 대표 구성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물적분할은 승계 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파리크라상은 SPC삼립, SPL, 섹타나인, 샤니, 비알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사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 40.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섹타나인과 SPL은 100% 자회사다.
파리크라상의 지분 구조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63.31%, 장남 허진수 부회장 20.33%, 차남 허희수 사장 12.82%,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 씨 3.54% 등으로 허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리크라상의 물적분할 이후, 허 회장과 두 아들의 주식 교환 또는 현물출자 참여 범위를 조정해 허 부회장과 허 사장의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형제가 보유한 SPC삼립 주식을 내놓고 지주사 지분을 받기 위한 분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두 형제는 국내와 해외를 축으로 역할을 나눠 그룹을 이끌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글로벌사업부(BU)장으로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허희수 사장은 비알코리아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던킨 혁신, 글로벌 브랜드 도입,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 추진을 주도해 왔다.
두 사람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했다. 허진수 사장은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해 승계 구도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에 따라 향후 경영 후계 구도가 명확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승계 구도나 분리경영 등과 관련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지금은 후계 구도보다 각자의 경영 방식에 따라 그룹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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