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최수연 총출동… 두나무 인수 발표에 주목

2025-11-26     변인호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최수연 대표가 27일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회견에 나란히 선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함께 나오는 일은 드물다. 업계는 이번 동행이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 나노 바나나 생성 이미지

25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1월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예정된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이들이 공식 석상에 함께 등장한다는 건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에 그만큼 전략적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가 함께 등장한 무대는 모두 네이버에 중요한 자리뿐이었다.

올해 처음 이들이 함께한 자리는 이해진 의장이 3월 주주총회로 이사회 복귀 후 마련된 ‘디지털 바이오 혁신포럼 2025’였다. 이해진 의장은 해당 포럼 특별강연에서 “네이버는 의료 AI 투자에 진심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올해 8월 임상시험 플랫폼 제이앤피메디, 10월 체성분 분석 솔루션 인바디에 투자하며 헬스케어 사업 부문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현장에 이들이 자리했다. 컴퓨텍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로 꼽힌다. 네이버는 컴퓨텍스에 별도 부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대신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는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이해진 의장의 이사회 복귀 후 첫 글로벌 행보였다.

이 의장과 최 대표가 젠슨 황 CEO와 함께 만난 건 컴퓨텍스 2025가 처음도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AI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두 번의 협력 논의는 실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갯수로 확인된다.

올해 10월 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CEO는 우리나라에 26만장의 블랙웰 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 부문과 삼성, SK, 현대차그룹은 각 5만장씩 받는다. 네이버가 확보한 GPU는 6만장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최신형으로 AI 학습 및 고도화에 사용된다.

AI 부문에서는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행사가 하나 더 있다. 올해 6월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면서 개최한 네트워킹 행사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혁신 IT 스타트업이 몰린 지역이다.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는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부문 대표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주요 창업가, 기술자, 투자자 등 200명쯤 참석한 해당 행사에서 네이버 벤처스 설립 배경과 생태계 기여 방안 등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AI 기술과 인재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것을 두 수장의 행보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회견도 비슷한 구성이다. 네이버 측에서만 이해진 의장, 최수연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참석한다. 박상진 대표는 네이버 초창기부터 이해진 의장과 함께 일해온 ‘복심’으로 꼽히는 이다.

여기에 ‘은둔자’로 불리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2022년 이후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김형년 부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대외 노출을 꺼리던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집결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자회견의 무게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합병에서는 네이버 후계구도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는 이번 기자회견에 모이는 주요 경영진의 면면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이다. 이해진 의장이 후배인 송치형 회장에게 네이버를 물려주려 한다는 후계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가치 5조원대로 추산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15조원대의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교환 형태로 지분을 교환하게 되면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 그룹의 총수로 지정돼 있지만 지분율로는 네이버 3대 주주다. 국민연금(9.24%), 블랙록(6.05%)이 이 의장(3.91%)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요 경영진이 모두 나오는 건 네이버와 두나무가 합병을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판단한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를 마무리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확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그동안 웹툰 미국 나스닥 상장도 하고 글로벌 중고거래(C2C) 플랫폼을 주요 권역마다 인수하기도 했는데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며 “웹3나 블록체인 같은 쪽에 기대가 많았어도 아직 제대로 된 시도는 없었는데 네이버가 두나무를 인수하면 포털 기반 인프라나 콘텐츠 네트워크 등과 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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