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좋은 계절, 가을. 모처럼 가지고 나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배터리가 방전돼 한 컷도 찍지 못 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날이 갑자기 추워질 때는 더 그렇다. 이것은 배터리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온도나 관리법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은 크게 변한다. 간단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관리법을 살펴보자.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쓰이지 않는 AA형 배터리

 

2000년대 초,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성숙기에는 AA형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극소수의 고배율 줌 카메라, 혹은 DSLR 카메라의 서브 전원이나 플래시 전원으로만 AA형 배터리가 쓰인다. AA형 배터리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는 크기는 크고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1회용 AA형 알카라인 배터리는 사용 시간이 짧아 한 번에 여러 개의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AA형 배터리는 무게가 무겁고 크기도 큰 만큼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메모리 효과를 줄인 니켈 배터리, 산요 에네루프

 

최근,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들은 제품의 전력 소비 효율을 높여 AA형 알카라인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300컷 이상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AA형 배터리는 야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며 충전식 니켈 배터리를 사용하면 사용 시간도 늘릴 수 있다. AA형 충전식 니켈 배터리는 완전 방전시키지 않을 경우 메모리 효과(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드는 현상)가 있는데,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이러한 메모리 효과를 최소화해 한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AA형 충전식 니켈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전용 급속 충전기를 구입해야 한다. 급속 충전기가 아니라면 충전 시간이 10시간을 넘을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급속 충전기 가운데 메모리 효과를 방지해주는 방전 기능이나 배터리 관리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효율 면에서 좋다.

 

메모리 효과란 전지를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을 하게 되면 전지의 충전 가능 용량이 줄어드는 전지 특성을 말한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리튬이온 배터리

 

최근에는 거의 모든 디지털 카메라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기는 작지만 용량은 크다. 배터리 모양을 얇게 만들 수 있으니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적용하기도 좋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없어 아무 때나 충전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완전 방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으니 사용 후 수시로 충전하는 것이 좋다.

 

▲리튬이온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약점은 있다. 온도다.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추운 곳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할 때에는 품 안에 넣어 온도를 유지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절대 온도가 높은 곳에 두면 안 된다.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접촉 단자면에 금속체가 닿을 경우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관리에 주의하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규격에 따라 용량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추가로 구입할 때에는 카메라 배터리 규격을 정확히 알고 구입해야 한다. 물론, 충전 역시 정해진 충전기로만 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은 1년~2년 사이, 혹은 500-600회 충전이다. 이후에는 사용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니 새 배터리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사용 시간, 성능표와 왜 다를까?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 발표 시, 제조사들은 배터리 사용 시간을 함께 표기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 시간과 성능표상 사용 시간은 상당히 다르다. 이것은 배터리 사용 시간 측정 기준이 실사용 상황과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는 배터리 사용 시간을 측정할 때 CIPA 가이드를 따른다. 이 가이드는 측정 시 사진 한 컷 촬영 시 플래시 사용, 리뷰 몇 초 등 일정한 조건을 제시한다. 따라서 실제 촬영 시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진 리뷰를 하지 않는 등 CIPA의 조건과 다르게 사용한다면 성능표상 사용 시간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전력 소모가 큰 라이브 뷰 촬영을 계속하거나 리뷰를 수십 초 이상 반복한다면 사용 시간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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