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IT시장을 이끌어나갈 핵심 트렌드는 무엇일까. 2013년을 이끌 IT업계의 트렌드로 터치, 하이브리드, 모바일, 빅데이터 등 4가지 테마를 꼽아봤다. 이들 주요 핵심 테마를 통해 현재의 기술발전 정도와 올해 IT시장의 나아갈 방향, 그리고 이로 인한 우리 일상의 변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2013 IT 트렌드 / 1부  터치 ① 터치 패널 기술, 어디까지 왔나?

                                     ② PC업계 터치 적용 가속화, 관련 제품 쏟아져

                                     ③ 멀티터치, 감성으로 진화하다

                                     ④ 터치, 특허 전쟁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터치스크린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윈도우8을 사용하는 PC까지 터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식당의 디지털 메뉴판, 은행의 무인 ATM기나 마트 등의 POS, 버스 환승센터나 전철역 등에 설치된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에도 터치스크린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입력장치’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터치스크린은 키보드나 마우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수많은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 등장으로 황금기 맞이한 터치 기술

 

사실 터치 기술은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다. 하지만 터치 기술이 본격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데에는 '아이폰'의 역할이 컸다.

 

2006년 스티브 잡스는 회사 중역들에게 터치 방식의 아이폰 시제품을 보여줬다. 당시까지만 해도 화면에 직접 터치해 타이핑 하는 방식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터치 방식은 버튼을 누르는 키 감이 없어 오타율도 많았고 무엇보다 당시 스마트폰의 최강자는 쿼티(QWERTY) 자판을 지닌 리서치 인 모션의 블랙베리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터치 화면에 자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은 곧 익숙해질 거야(They will get used to it)”라고 설득하며 아이폰에 3.5인치 터치 패널을 탑재시켰다. 그리고 아이폰은 사람들에게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HP가 개발하고 애플이 꽃을 피운 터치 패널

 

터치 패널이 처음 사용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3년이다. 당시 휴렛팩커드(HP)가 터치가 가능한 9인치 크기의 브라운관 컴퓨터(HP-150)를 선보였지만 이 참신한 방식이 표준 입력 방식으로 채택되지 못해 이내 사라졌다.

 

▲ 세계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PC, HP-150

 

그 뒤 터치 패널은 은행 현금인출기, 키오스크, 내비게이션 등 비교적 단조로운 입력 방식에 사용되었다.

 

터치 방식이 개개인의 기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애플 제품부터다. 애플은 2002년 터치 휠 방식의 아이팟 2세대를 출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뒤이어 애플은 여기에 멀티터치 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에 적용했다.

 

아이팟과 아이폰은 전면 화면 전체를 터치 패널로 만들어 별도의 키보드 없는 화면을 만들었다. 이 형태야말로 오늘날 모든 스마트폰의 표준이 되었다.

 

 

모바일 기기의 주류는 정전식 터치 기술

 

10년 이상 컨수머 제품에 탑재돼 온 터치 패널 기술도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터치 패널의 종류는 크게 2장의 저항막이 맞닿으면서 발생하는 전류와 저항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압식, 신체에 흐르는 전류를 통해 센서가 감지하는 정전식, 패널 전체에 초음파가 흐르게 한 후 터치 시 초음파가 약해지는 부분을 감지하는 초음파 방식, 직진성을 가진 적외선이 장애물을 만나면 차단되는 원리를 응용한 적외선 방식 등 4가지가 주로 쓰인다.

 

태블릿 PC,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정전식이다. 다만 내비게이션이나 PDA 등은 기기 특성상 감압식이 더 유용하기도 해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슬림화, 경량화, 테두리 최소화

 

시장의 주류가 정전식 터치 기술로 자리매김했지만 터치 방식 외에 다른 부분의 개선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패널의 슬림화, 경량화, 테두리 최소화는 소비자들 또한 개선을 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단순히 외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하고 있어 최신 터치 패널은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Bezel-Less) 형태로 만들어졌다.

 

▲ 인셀 방식 터치 패널을 사용해 두께를 줄인 아이폰5

 

터치 패널의 슬림화는 줄어든 부피만큼 배터리 크기를 키울 수 있어 사용 시간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아이폰4S의 무게/두께는 140g/9.3mm인 반면 아이폰5는 112g/7.6mm에 불과한 것도 소비자들의 니즈가 적극 반영된 결과다.  

 

구조 단순화로 생산비 경감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터치 기술의 진화 방향은 터치 센서의 ‘일체화’에 있다. 이 ‘일체화’는 크게 ‘디스플레이 패널과의 일체화’와 ‘커버 유리와의 일체화’로 나눌 수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의 일체화는 다시 인셀(In-Cell) 방식이나 온셀(On-Cell) 방식으로 나눠진다.

 

이것은 터치 센서가 패널(Cell) 안(In) 혹은 위(On)에 위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셀 방식의 경우 애플이 특허를 가지고 있어 아이폰5에 독점적으로 적용됐다. 애플에 공급 계약을 맺은 LG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 샤프 등에서 인셀 방식 터치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등 보다 큰 사이즈의 패널에도 인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셀 방식은 공정비가 더 들고 수율도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슬림화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있고 최종적으로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터치 모듈 부착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어 향후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 소니가 자체 개발한 인셀 방식 터치 패널, Pixel Eyes

 

인셀 방식이 수율 등의 문제를 해결해 본격적으로 사용될 경우 애플 특허를 회피한 방식의 인셀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소니의 경우 ‘픽셀아이(Pixel EyeS)’라 불리는 인셀 방식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수율 문제도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준다. 과거 TV에서도 LCD TV는 중소형, PDP TV는 대형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 PDP TV는 이미 비주류로 물러난 지 오래다.

 

커버 유리와의 일체화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커버 유리는 매우 비싼 재료비 비중을 차지한다. 터치 기술을 지원하는 패널들은 대부분 투명하고 얇은데다 기기 전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높은 강도와 내구성이 요구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 아사히 글래스의 드래곤테일 글래스 등 강도가 높은 커버 유리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버 유리와의 일체화는 커버 유리와 LCD 패널 사이에 터치 센서가 있는 형태에서 그 센서가 커버 유리와 일체화 됨을 의미한다. 터치 센서를 위해 중간에 필요했던 필름이나 유리가 불필요해지면서 슬림화와 경량화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의 옵티머스G가 커버 유리 일체화 방식을 사용한 스마트폰이다.

 

펀의성 높인 터치 기술 각광 받아

 

슬림화, 경량화 외에도 펀의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터치 기술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정전식 터치 기술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로 터치할 경우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겨울철에 터치 가능한 장갑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SMK는 기존의 정전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장갑을 낀 채 터치 가능한 터치 패널을 개발했다. 우선 적용되는 분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이 새로운 터치 패널의 적용범위는 확대될 것이다.

 

터치를 단순히 패널과의 접촉에 의한 입력 외에 부가기능을 추가하려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애플은 2011년 지문 인식 솔루션 기업인 어쏀텍을 4000억원에 인수했는데 그 후 터치 패널이 손가락 지문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스마트폰 등을 열어볼 때 잠금/해제 기능으로 활용하는 특허를 내놓았다.

 

▲ '플로팅 터치'가 적용된 소니 엑스페리아 솔라

 

소니는 손가락을 터치 패널에 접촉하지 않고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터치 작동되는 ‘플로팅 터치(Floating Touch)’ 방식을 개발했다. 터치 패널이 자주 닿는 손가락이나 뺨에 이물질이 있을 때 직접 닿지 않아도 돼 터치 패널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니는 이 플로팅 터치를 적용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솔라’를 출시한 바 있다.

 

터치 기술의 진화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

 

사용자 인터페이스로서 가장 ‘직관적’이라 할 수 있는 터치 패널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기본 스펙으로 이미 자리 매김했다. 터치 기술은 앞으로 반응 속도 개선과 보다 정밀한 터치가 적용되어 갈 것이며, 사용자 편의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터치 기술은 또 현재의 모바일 기기를 넘어 TV,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터치 패널이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사용될수록 원가 절감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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