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자] 창업, 특히 소프트웨어(SW) 기업 창업은 어렵다. 실력있는 개발인력을 모으는 것도 힘들지만 브랜드와 시장점유율에서 밀리는 중소 SW 제품을 선뜻 사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운영체제 같은 시스템 SW로 창업하는 것이라면 상황이 더 안 좋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이 경쟁상대다. 리포팅 툴이나 성능관리 툴, 사무용 SW에서 일부 유명한 국산업체가 있지만 시스템 SW 분야의 경우 티맥스, 큐브리드, 티베로, 알티베이스 등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선재소프트의 사례는 더 눈에 띤다. 업체는 지난 2010년 창업한 이후 2년만에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선DB(SunDB)' 1.0 버전을 내놨고, 지난해 11월에는 이를 2.1 버전으로 올려 패키지화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의 차세대 시스템과 시장감시시스템, 코스콤의 금융데이터센터 투자정보시스템 등에 적용됐고, 한화투자증권의 주문관리시스템에도 이 제품이 사용됐다. 모두 빠른 데이터 처리가 중요한 기업들로, 한국거래소의 경우 선DB를 도입해 초당 매매체결 처리 건수가 기존 9000건에서 2만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일일 처리량도 2배 이상 늘어났다.

 

▲ 김기완 선재소프트 대표

 

선재소프트 창업자는 김기완 전 알티베이스 대표다. 지난 2009년 알티베이스를 퇴사한 이후 뒤늦게 김 대표를 따라 나선 일부 알티베이스 연구인력과 함께 창업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을 십시일반 모은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고된 나날이었다. 당시 선재소프트는 모든 임직원 월급이 300만원이었다. 여기에 결혼하면 50만원, 아이가 있으면 1명당 30만원씩 더 지급했는데 가장 많이 받아가는 사람이 410만원이었다. 대부분이 10년차 이상 연구원과 임원임을 고려하면 기존 월급에서 크게 깎인 셈이다.

 

"한번은 바쁜 업무에 주말이 겹쳐 월급 지급을 하루 밀렸는데 나중에 들으니 직원들 사이에선 '올 것이 왔구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웃음). 지금은 다들 월급이 정상화(?)됐지만 모두의 월급이 원칙적으로 같다는 것은 힘든 시기를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됐다. 어렵게 시작했기 때문인지 시키지 않아도 다들 열심히 했고, 창업 이후 중간에 퇴사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뒤돌아보면 사장은 월급 주는 것을 즐겨야 하는 것 같다. 적게 벌어도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선DB는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하위 호환성에서 자유로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알티베이스에서 국산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했다는 경력은 개발자들에게 자존심이 걸린 개발 프로젝트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해 나가다가 중간에 개발 성과를 완전히 폐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개발하기를 몇번씩 반복한 것도 그 '자존심' 때문이다.

 

완성된 선DB는 구동과 동시에 데이터를 모두 메모리에 저장해 데이터 검색과 갱신 연산을 처리해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인메모리 DBMS이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오류를 전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오류로 확장되지 않도록 쉐어드 메모리(Shared Memory) 기반의 멀티 프로세스 구조로 개발됐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접근하는 DA(Direct Access) 방식이 적용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고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선DB는 현재 시장에 나온 어떤 인메모리 DBMS보다 빠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인메모리와 디스크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인메모리 DBMS로 개발했다. 기존 제품보다 5배 정도는 빠르다는 것이 내부 테스트 결과다. 클라이언트 서버 방식 테스트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선재소프트라는 회사 이름은 '앞선 기술'(先才)이라는 의미다. 어렵게 개발한 제품인 만큼 선DB라는 이름에는 높은 자부심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해외 유통사를 만나 판매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해외 시장 역시 중소기업이 만든 시스템 SW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 보수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업 활로를 찾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국내 IT 서비스 업체를 통한 솔루션 공급도 추진할 예정인데, 현재 규모에서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대형 도입 사례 늘리는데 주력하는 것도 선DB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올해가 선재소프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인메모리 DBMS의 텃밭 시장 중 하나가 증권업계인데, 초단위로 이뤄지는 거래 체결에는 인메모리 DBMS처럼 빠른 처리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증권업계의 시스템 투자는 거의 미뤄지거나 취소된 상태다. 국내 인메모리 DBMS 업계가 모두 힘들어진 이유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시장 상황을 보면 올해 많이 힘들 것 같지만 가능한한 인력을 계속 충원할 계획이다. 알티베이스 때부터의 경영철학인데, 힘들 시기에는 많은 기업이 정리되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일종의 역발상 경영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해 어려운 시기를 견뎌 냈을 때 그 이후에 오는 좋은 경기 흐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인력 충원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올해야 말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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