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은 KB금융 임원을 검찰에 고발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경영진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영록 KB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6일 KB금융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중 이건호 행장이 인사권을 가진 조근철 상무는 이날 검찰 고발과 함께 해임 조치됐다. 이로써 KB국민은행 측은 지난 21일 열린 금감원 제제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은 담당자 3명에게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양측 모두 이번 검찰 고발은 관행에 따른 수순으로 경영진의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그간 수세에 몰렸던 이건호 행장이 KB금융 이사회를 상대로 반격에 나선 것이라 판단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건호 행장의 이번 검찰 고발은 임영록 회장의 의견이 배제된 독단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다. 사실상 그동안 KB금융의 입장을 대면해 이건호 행장에게 맞섰던 이들을 압박해 임 회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모양새로 비춰지기 충분하다.

 

이에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건호 행장의 말씀대로 회장님과의 갈등 측면보다 금감원 징계가 내려진 후 책임을 묻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면서도 "이번 고발건은 은행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지주에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 고발된 임원 3명은 주전산기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사회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이 행장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 시험에서 1700회나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명백히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여러가지 환경을 조작하고 시스템이 다운될 사실을 은폐했다"는 혐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건호 행장은 이들에 대한 검찰 고발 이후에도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진행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검찰 고발 건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임원에 대한 후속조치로 보는 게 맞다"면서 "최근 인사에서도 내부 갈등을 넘어 기존 임원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특정 임원에 대해 보복인사를 단행했다는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호 행장은 26일 임원 인사를 전격 단행하고, 주전산기 교체 갈등과 관련된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 후, 오늘 오전 2박3일 일정으로 미얀마로 출국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